"침통" ·"참담"…전직 수장 소환 앞두고 술렁이는 법원

[양승태 소환]"어떤 이유든 사법부 치욕의 역사 기록"
예정된 수순 체념 속 공개소환 방침에 볼멘소리도
"국민적 의혹 해소 위해 하루빨리 해결해야" 지적도
  • 등록 2019-01-11 오전 6:15:00

    수정 2019-01-11 오전 6:15:00

서울중앙지방법원(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결국 올 것이 왔다.”

11일 헌정 사상 최초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법원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어차피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체념 속에서도 “사법부 수장을 지낸 분인데 공개 소환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30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자 피해 손해배상 소송 지연 등 이른바 재판 거래로 대표되는 사법농단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올 것이 왔다”면서도 침울한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거칠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면서도 “(어떤 이유에서든) 사법부의 수치스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직 대법관 신분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앞서 두 전 대법관은 지난해 12월 6일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한 고법 판사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분위기”라며 “사법부의 수장을 지낸 분이 공개 소환된다는 점은 더 치욕적이라 뉴스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지법 소속 또 다른 판사는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과거가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아 고통스럽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일부 판사들 중심으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을 두고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해결돼야 할 일”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사법농단 의혹이 국민적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 (공개 소환 조사는) 법원이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다고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 출석 직전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겠다는 양 전 대법원장의 계획에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류영재(36) 춘천지법 판사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소한 도의적으로라도 사법농단의 책임자이신 분이 대법원에서 기자회견을 하면 결국 그에 대한 온 국민의 분노는 다시 후배 판사가 져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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