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일각에선 매출과 영업이익이 수천억 원까지 감소할까 걱정하나, 박 사장은 “더 이상 미움을 받으면 존재할 수 없다”며 “고객이 싫어하는 행위를 고치는데 돈을 써야 한다면 쓰겠다”고 말했다.
“수익 줄어도 고객이 싫어하는 건 고쳐야”
SK텔레콤은 최근 △12개월·24개월 노예 계약을 하지 않아도 고객이 된 순간부터 포인트를 주고 △520만명에 달하는 20% 요금할인 가입자에 대한 할인반환금 없는 25% 요금할인 상향 등의 조치를 시작했다.
‘MNO 변화와 혁신’ 프로젝트 중 일부인데, 추가로 △해외 로밍 요금을 분당 과금에서 초당 과금으로 바꾸는 등 총 8가지 아이템을 차례로 공개할 예정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크게 줄 수 있지만 박 사장이 결단을 내렸다.
숫자로 평가받는 전문경영인 세계에서 박 사장의 시도는 참신함을 넘어 비장함마저 엿보인다. 그는 왜 MNO 혁신에 모든 걸 거는 걸까.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5G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ICT(정보통신기술) 세상을 그려 보면 짐작 가는 일이다.
|
최 회장의 따끔한 지적도 영향을 미쳤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임원들 있는 자리에서 “국민들이 보기에 통신회사는 미세먼지보다 못하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
“낙전수입 노리는 기업, 고객 선택 못받아”
통신사업은 그간 외부에서 보기에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출이 없는 내수인데다 국가가 독과점적인 지위를 보장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율주행차는 SK텔레콤 혼자 주도할 순 없다. 완성차 제조사는 물론, 각종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업체와의 제휴가 필수적이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게 해당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다. 낙전 수입을 노리거나 나를 속여 이익을 취하는 기업이란 사악한 이미지로는 기업 간 협업은 물론, 고객의 선택에서도 제외된다.
박 사장은 “4G보다 더 투자비를 들여 5G를 깔았다 해도 고객이 선택하지 않으면 망한다”며 “AI(스피커)만 해도 네이버나 카카오가 하는 것보다 심오한데 알리는 방식이나 확산이 약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박 사장은 지난해 SK텔레콤 사장에 취임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참모들로 조직 분위기도 일신했다. 유영상 전략기획부문장(전무), 서성원 MNO 사업부장(사장), 노종원 유니콘랩스장(전무) 등 소위 ‘박정호 사단’이라고 불리는 인물들을 SK텔레콤으로 불러 전진배치했다.
여기에 사회와 진정성 있는 소통을 도울 외부 전문가들도 영입했다.
지난해에는 노무현라디오 대표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대표를 역임한 김갑수 씨를, 올해에는 애플 음성인식 비서 ‘시리’ 개발자 출신인 김윤 박사를 AI리서치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또, 기업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꼽히는 윤영민 고려대 교수를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