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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맛없는 도시. 부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다. 서울 다음으로 큰 대도시가 이런 오명이나 쓰고 있어 안타깝다. 사실 부산음식을 ‘맛이 없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맛이 다르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당연히 지역적·역사적 특성이 있어서다. 부산사람들의 유별난 입맛도 이유 중 하나다. 막장에다 순대를 찍어 먹고, 해장국에는 고수보다 방아라고 불리는 향신료를 넣는다. 유독 면을 좋아하고 또 정구지라 부르는 부추도 좋아한다. 여기에는 부산사람들의 특이한 기질도 한몫했다.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그들은 ‘부산음식이 맛 없다’는 평가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맛 없으면 먹지 마라’는 식이다. 어쩌면 부산사람들의 고집스러운 기질이 다른 지역 음식과의 차이를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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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에 도착했다면 우선 허기진 배부터 채워야 한다. 부산역은 부산을 대표하는 먹거리가 모인 집합소다. ‘삼진어묵’을 비롯해 ‘고래사’ ‘환공’ 등 부산의 유명한 어묵집이 베이커리처럼 들어서 있다. 그중 삼진어묵은 부산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곳. 사실 처음으로 베이커리를 경쟁상대로 삼고 업계 변화를 주도했다. 대표 메뉴는 어묵고로케지만 다른 어묵도 맛있다.
삼진어묵 바로 옆 매장은 부산의 3대 빵집 중 하나인 ‘비엔씨’다. 사라다빵을 비롯해 파이만주, 몽블랑, 밤식빵 등 40여종이 있다. 이외에도 부산역 내에는 부산오뎅과 구포국수, 깡통골목할매 유부전골, 씨앗호떡 등 부산을 대표하는 먹거리가 거의 다 들어서 있다.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은 인천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음식만큼은 인천에 뒤지지 않는다. 만약 이곳을 찾는다면 꼭 기억해야 할 상식이 있다. 부산 차이나타운의 중식당은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집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중식당마다 전문요리가 있다. 어느 중식당의 대표 메뉴가 무엇인지 알고 가야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뜻이다. ‘짜장, 짬뽕’은 안 통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
길가에 늘어선 중식당 중 만두전문점 ‘마가’는 군만두가 특히 유명하다. ‘신발원’은 최근 알려진 곳. 중국식 분식집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만두 외에도 꽈배기, 공갈빵 등이 유명하다.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손꼽히는 식당 중 한 곳이 ‘홍성방’이다. 보통의 중식레스토랑이다. 물만두와 오향장육이 대표메뉴다. 이외에도 ‘일품향’이나 ‘사해방’ 등 유명한 식당이 많다. 영화 ‘올드보이’의 촬영장소였던 ‘장성향’도 있다. 다만 비위생적이고 불친절한 것이 싫다면 차이나타운은 체크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게 좋다.
◇산비탈 후미진 곳에 숨은 맛집
차이나타운 뒤편. 가파른 산비탈에 집들이 빼곡하다. 마치 미로처럼 이어진 좁고 허름한 골목과 이 길에 줄지어 선 각양각색의 집. 가만히 있어도 진한 삶의 향기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여기가 최근 원도심 골목투어의 중심으로 뜨고 있는 동구 초량동 산복도로 일대다. 물론 숨은 맛집이 많다.
‘산만디’는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전문으로 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산꼭대기란 뜻의 경상도사투리인 ‘산만디’는 산복도로에 숨어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음식의 맛과 분위기, 경치에 한 번 더 반하게 된다. 매달 음악가를 초청해 펼치는 공연도 이곳만의 매력이다. 수정산공영주차장 위쪽 등산로 초입에 ‘수정산빈대떡집’은 김치찌개와 빈대떡이 대표메뉴다. 닭볶음탕이나 콩나물해장국, 동래파전도 단골이 많이 찾는 메뉴. 단 카드결제가 안 되니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김치찌개 4인분에 1만원, 콩나물해장국은 4000원이다.
컴퓨터과학고(옛 선화여상) 입구 앞의 ‘달마갤러리’는 사찰식 산채비빔밥이 별미다. 초대 부산시장이자 경남도지사가 사용했던 건물을 달마도로 유명한 해인사의 법용스님이 갤러리를 겸한 찻집으로 꾸며 일반인에게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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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이모가 구워주는 색다른 ‘조개구이’
해운대 청사포에는 조개구이집이 모여 있다. 그중 ‘수민이네’가 유명하다. 부산사람들이 특히 좋아한다. 여기엔 특별한 종업원이 있다. 바로 애자이모다. 와인을 소개하는 와이너리처럼 조개를 어떻게 익히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를 일러준다. 그 방법에 따르면 조개를 익히는 법부터 색다르다. 조개를 불판 위에 올려놓고 육즙이 끓어오르면 바로 관자를 떼어내 알루미늄 그릇에 조개살을 발라 넣는다. 관자를 떼어내는 법도 조개마다 다른데 껍질이 얇은 키조개는 껍질이 두꺼운 부분부터 익힌다. 껍질이 두꺼운 대합조개는 관자쪽을 집중해 익힌다. 그래야 쉽게 떼어낼 수 있다.
먹는 방법은 세 가지. 첫째는 ‘스탠더드 버전’이다. 관자를 떼어낸 조개를 알루미늄 그릇에 넣고 대합조개 껍질로 덮어 쪄낸다. 조리 중간에 잘 익을 수 있도록 잘 섞어주는 것이 포인트다. 그래야만 조개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나머지 두 방법은 부재료의 차이다. 초장이 들어간 ‘서울 촌놈 버전’, 김치가 들어간 ‘김치 버전’이 있다. ‘서울 촌놈 버전’은 조개 자체보다 자극적인 맛을 즐기는 서울 사람을 빗대 지은 이름이다. ‘김치 버전’은 김치를 잘 먹지 못하는 외국인을 위한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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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방법도 다양한 ‘갈미조개’
부산의 서쪽에는 또 다른 종류의 조개가 있다. 갈미조개다. 갈미조개란 명칭은 부산에서만 통용한다. 전북에서는 조가비가 노란색이라고 ‘노랑조개’, 충청에서는 누런 밀과 색이 닮아 ‘밀조개’, 포항에서는 낙동강 하구 명지에서 나는 조개라 해 ‘명지조개’, 강원에서는 ‘명주조개’라고 불린다. 하지만 정확한 이름은 ‘개량조개’다. 전국 해안의 모래밭이나 개펄에서 많이 나는데 부산에서는 다대포와 명지 앞바다, 가덕도 인근에서 많이 잡힌다.
산란을 앞둔 1~3월이 제철인 갈미조개는 ‘회’로 먹어야 제맛이다. 워낙 깨끗한 곳에서 사는 조개라 특유의 독도 거의 없다. 담백한 조갯살에서 단맛이 배어나온다. 육질은 연하고 부드러우며 적당히 씹힌다. 수육이나 샤부샤부로도 즐길 수 있다. 쪄서 만든 수육은 조개가 입을 갓 벌렸을 때 꺼내면 육즙이 왈칵 쏟아진다. 샤부샤부는 다양한 해산물과 채소로 맛을 낸 육수에 조개를 넣고 살짝 익힌 후 먹는다. 사각거리는 식감이 일품이다.
갈삼구이는 원래 뱃사람들이 바다에서 돌아와 허기진 몸과 마음을 달래던 음식이다. 낙동강 지천에 널린 갈미조개와 두툼한 삼겹살을 함께 구워 먹은 것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배추나 깻잎에 불판에 익힌 조개와 삼겹살, 아삭한 콩나물 무침을 함께 얹어 한입 크기로 쌈을 싸 먹는다. 부산식 ‘삼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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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을 모르고는 부산의 맛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도 부산음식 좀 먹었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다면 돼지국밥은 필수다. 동구 범일동의 ‘할매국밥’은 부산을 대표하는 돼지국밥집이다. 역사만 무려 60년이다. 이곳 돼지국밥의 특징은 야성미다. 일단 국물부터 거칠다. 돼지 누린내는 물론 기름도 둥둥 떠다닐 정도다. 여기에 거칠게 듬성듬성 썬 돼지고기가 가득 들었다.
광복동의 ‘원산면옥’은 부산 밀면의 효시다. 1953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64년째다. 모밀과 고구마전분으로 만든 면이 이 가게만의 특징이다. 투박한 면에서 느껴지는 그때 그 시절의 냉면 맛을 잘 보존했다. 서울의 유명한 냉면집과는 맛이 확연히 다르다. 고구마전분을 사용한 면이라 면 자체는 달고 부드럽지만 육수는 향이 강하고 짜게 느껴진다.
금정구의 서동미로시장 내 ‘맛나분식’에서는 계란만두가 있다. 미로시장의 점포 수는 400개. 좌판을 깔고 물건을 내놓은 상점을 더하면 500개가 넘는다. 없는 것 없이 다 파는 만물시장에 맛나분식은 골목 깊숙이 자리해 있다. 계란에 당면을 넣어 볶아 주는데 매운 떡볶이 국물을 찍어먹기에 딱 좋다. 한 접시에 1500원이다. 이것도 조류독감 탓에 계란값이 올라 최근에 올렸다. 순대와 파전도 1000원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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