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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청풍호가 있는 충북 제천은 갖가지 매력이 숨어 있는 곳이다. 대표적으로 월악산과 그 산자락을 끼고 있는 송계계곡은 너무나 잘 알려진 곳. 그에 못지않게 의림지 호반의 나무데크 산책길과 방죽의 울창한 소나무 숲길도 빼어나고, 터널이 뚫려 이제 쓰임새를 잃은 박달재를 구불구불 넘어가는 맛도 괜찮다. 청풍호를 끼고 도는 트레킹도 빼놓을 수 없다. 제천시가 조성한 아름다운 산과 호수, 산촌을 아우르는 자드락길이다. 총 길이 58㎞에 7개 코스. 취향에 따라 골라 걷는 재미가 있다. 산새 소리와 맑은 계곡의 물소리,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숲길이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자드락길 7코스 중 2개 코스. 청풍호의 호반길이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화사한 늦봄을 만끽하라고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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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랑 할머니 같은 친근함 ‘녹색마을길’
녹색마을길은 청풍호 자드락길 제4코스다. 총 7.3㎞ 길이. 약 3시간 정도가 걸린다.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지는 멋스러운 길이다. 험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 들머리는 능강교다. 출발에 앞서 가볍게 몸을 풀고 깊게 들숨하면 인근에 능강계곡에서 전해오는 상쾌함이 폐부 깊숙까지 전해진다.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다. 눈이 맑아지니 산과 계곡, 청풍호가 만들어낸 풍경이 청명하게 다가온다. 조용한 포장도로를 20분쯤 걸었을까. 열심히 벌꿀을 채취 중인 농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물망을 뒤집어쓴 모습이 마치 우주인 같다.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낯선 풍경에 한동안 시선을 뺏긴다.
능강솟대문화공간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한다. 기다란 솟대가 호위무사처럼 서 있다. 옥수수·호박·고추 등 소박한 밭 아래로 청풍호의 고요한 속삭임이 길손을 반긴다. 길은 만덕사로 이어진다. 한참을 걷다가 저만치 들려오는 물소리에 발걸음을 멈춘다. 남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고부랑 할머니 같은 친근하고 푸근한 시골길이다. 능강리에서 하천리로 이어지는 이 길은 산을 옆에 끼고 걷는 길이다. 산을 의지해 살아가는 산촌의 정취가 그대로 느껴진다. 녹색마을길이란 이름에도 이런 연유가 있지 않을까.
구불구불한 길을 한 시간쯤 걷자 아스팔트 길이다. 얼마 걷지 않아 살짝 비탈진 길 위로 ‘제천 산야초마을’ 입간판이 보인다. 체험관과 판매장으로 꾸며진 이곳은 도보여행자에겐 오아시스 같은 쉼터다. 잠깐 숨을 돌린 후 다시 길을 나선다. 나비다리를 건너 동쪽으로 30분 정도, 상천산수유마을이 보인다. 하얀 접시꽃이 활짝 웃고 있는 낮은 담장의 집들이 인상적이다. 그 담장을 따라가다 보면 금수산 탐방로를 만날 수 있는데 이윽고 서쪽으로 보문정사가 고고한 얼굴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복숭아밭을 따라 10여분 오르면 드디어 녹색마을길의 종점. 걸어온 수고를 보듬 듯 용담폭포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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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수묵화 같아라 ‘용담폭포’
한여름 물맞이 폭포로도 유명한 30m 높이의 용담폭포는 아래서 보면 밋밋하기 그지없다.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암릉이 배불뚝이처럼 튀어나와 10m 정도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레 같은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폭포수가 5m 깊이의 소(沼)로 떨어지면서 일으키는 하얀 물보라는 심신을 청량하게 한다.
용담폭포와 선녀탕을 한눈에 바라보려면 계곡을 건너 폭포 왼쪽 뒤로 이어진 바위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암릉은 급경사 구간이라 곳곳에 철계단과 로프가 설치돼 있다. 암벽 등반하듯 10분 정도 기어올라 바위전망대에 서면 금수산을 쩌렁 울리는 용담폭포와 선녀탕이 자태를 드러낸다. 청풍호 뒤로는 월악산 영봉의 날카로운 능선이 옅은 안개속에서 수묵화를 그린다. 용담폭포와 선녀탕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중국의 주나라 왕이 세수 중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았단다. 주왕은 신하들에게 동쪽으로 가서 이 폭포를 찾아오라고 명령했는데 바로 그 폭포가 용담폭포였다는 것.
나무에 가려진 바위전망대에선 선녀탕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절벽틈새로 난 벼랑길 끝에 상탕·중탕·하탕을 비롯해 용담폭포가 한눈에 들어오는 포인트가 숨어 있다. 거대한 암릉을 흘러내리는 폭포수는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선녀의 옷자락이 펄럭이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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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호반 수려한 풍광을 한눈에 ‘괴곡성벽길’
괴곡성벽길은 자드락길 6코스다. 괴곡성벽이란 산세가 성벽처험 닫혀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 괴곡성벽길 구간 중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이 펼쳐지는 자리가 바로 백봉 정상이다. 정상에 오르면 옥순대교와 그 너머로 청풍호 상류 쪽 경관이 한눈에 펼쳐진다.
문제는 여기까지 가는 길. 가파른 산길을 족히 1시간 30분쯤 올라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말자. 차로 쉽게 갈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옥순대교를 지나 수산면소재지에서 수산중학교 뒤쪽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깊은 산중에 다섯 가구가 모여사는 산촌 외딴마을인 다불리까지 닿을 수 있다. 여기서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부드러운 산길을 따라 1㎞ 남짓만 걸어가면 백봉에 닿는다. 백봉에는 ‘사진찍기 좋은 곳’이란 작은 전망대가 있고 그 옆에 보름 전쯤 세운 높은 전망대가 있다. 원통처럼 둥글게 놓은 나무데크를 올라 전망대 정상에 서면 가슴이 탁 트인다. 전망대뿐만 아니다. 다불리에는 촌로의 부부가 직접 농사지은 콩으로 만든 따끈한 두부와 직접 빚은 동동주를 내는, 농막을 개조한 주막이 있고, 시루떡을 쌓은 듯 기묘한 봉우리가 솟아있는 화필봉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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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 길=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 타고 강릉 쪽으로 가다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우회전해 내려가 남제천나들목에서 나간다.
△묵을 곳=청풍면 청풍레이크호텔(평일 7만 9800원부터), 북진리의 청풍호반드림레이크펜션(2인 평일 7만원부터) 등
△여행팁(Tip)=제천을 여행할 때는 ‘관광마일리지’를 챙겨 보는 게 좋다. 여행지의 정보무늬(QR코드) 인증이나 스탬프찍기로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스마트폰으로 정보무늬를 인증하면 최소 500원에서 최대 5만원까지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고, ‘스탬프북’에 여행지의 도장을 찍으면 5000~1만원의 현금 기프트카드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제천시 45개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제천역·박달재·배론성지 등 관광지 18곳과 체험여행지 28곳에 인증코드 안내판과 스탬프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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