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폭탄 시대'' 직장인들 짠돌이 생존법

임원들도 구내식당, 여름휴가는 회사콘도
업무상 택시는 꼭 영수증
회식땐 "양주 NO" 소주로
영어공부=필리핀 전화영어
  • 등록 2008-08-04 오전 8:27:25

    수정 2008-08-04 오전 8:27:25

[조선일보 제공] "요즘엔 임원들도 여기서 밥 많이 먹어요."

지난 1일 정오 여의도 현대증권 15층 구내식당. 약 240석 규모의 식당은 이미 꽉찼고, 문 밖에도 50여명이 줄을 서 있다. 이 구내식당은 한 끼에 2500원으로 근처 식당의 절반가격이다. 지난해 주가급등으로 평균 연봉 1억원씩을 받았던 증권맨들. 올해엔 경기침체와 주가폭락으로 구내식당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현대푸드시스템의 김소영 점장은 "작년 이맘때는 한 끼 평균 350명 정도의 직원들이 식사를 했지만, 올해는 440명으로 25%나 급증했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에 직장인들은 어떤 생존전략으로 살고 있을까. 외부 식당 대신 '짬밥'으로 무시받던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복지혜택도 100% 이용한다.

◆여름 휴가는 회사 콘도에서

휴가 가서도 직장 상사 만날까 봐 꺼리던 회사 숙박시설은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다. CJ그룹 임직원 가운데 올해 6~7월에 회사 지원 콘도·펜션을 휴가 때 사용하겠다고 신청한 사람은 지난해보다 33%나 늘었다. 특히 1박에 5만~8만원대의 저렴한 콘도와 펜션이 인기다.

현대중공업이 임직원 20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올해 휴가비용 계획이 30만~50만원이라는 응답이 35%로 가장 많았다. 작년에는 50만~100만원(38%)이 가장 많았다.

◆필리핀 전화영어 대박

외국 현지인 전화영어 강습에서는 비싼 미국·캐나다 출신 선생님보다 싼 필리핀 선생님의 인기가 높다. YBM시사폰 최선아 법인영업팀장은 "전화영어 직장인 단체 고객이 작년 대비 87% 늘어났다"며 "직장인의 95%가 캐나다 현지의 교사보다 값싼 필리핀 현지의 교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교사로부터 영어를 배우는 비용은 캐나다보다 한달에 1만6000원이 싸다.

학원에 직접 나가 수강하는 것보다 값이 싼 온라인 강좌의 수강생도 크게 늘었다. 온라인 어학사이트인 'e4u사이버어학원'의 올해 상반기 직장인 수강생은 지난해보다 30%나 많아졌다. 직장인들은 또 정부가 학원비를 1년에 100만원, 5년간 300만원까지 지원하는 '근로자 수강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택시비도 영수증 처리

업무상 택시를 탈 때 영수증을 챙겨 회사에서 보전을 받는 직장인들도 크게 늘었다. 서울의 택시기사 장모(55)씨는 "작년에는 영수증 청구하는 직장인이 전체의 2%도 안 됐다"며 "그러나 요즘은 작년보다 10배는 많아졌다"고 했다. 모범택시를 운행하는 신이균(48)씨는 "직장인들이 야근을 한 후 퇴근할 때 법인카드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오토바이 출퇴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화성자동차학원의 조광현 부원장은 "125㏄ 이상 오토바이를 몰 수 있는 '2종 소형 면허'를 따려는 수강생들이 올해 초에만 해도 20명에 불과했으나 이달에는 50명"이라며 "대부분 30대 직장인들"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구내식당 좋아요"

지난달 24일 광화문 K은행 콜센터 구내식당.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 S건설 직원들이 섞여 밥을 먹고 있다. S건설 관계자는 "원래 회사 주변에서 쓸 수 있는 5000원짜리 식권을 받았으나 물가 폭등으로 이 돈으로는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없게 되면서 7월부터 K은행 구내식당을 함께 쓰기로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점심식사가 예전처럼 다양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3500원에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

현대증권 최희영(여·29)씨는 "주위에서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는 동료들도 늘었다"며 "요즘엔 밥 먹고 커피숍에 들르는 일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양주? 그냥 소주 마셔

서울 시청역 인근의 M호프집 사장은 "작년과 달리 올해는 비싼 양주는 안 팔리고 소주만 팔린다"고 말했다. 광화문 W메밀국수의 한 점원은 "예전엔 저녁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술을 먹어도 테이블당 3~4병씩 소주를 시켰지만, 요즘엔 한 병도 잘 안 시킨다"고 했다.

은행원 서모(27)씨는 "작년에는 1주일에 3~4번 정도 회식을 했는데, 요즘엔 2주에 한 번 정도 한다"며 "작년엔 고깃집에도 갔는데 요즘엔 회사 근처 부대찌개 집에 주로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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