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딛고 맞이하는 푸른 뱀의 해…희망의 빛 솟아라 [여행]

2025년 청사의해 추천 가볼만한 곳
전국 뱀과 관련한 지명만 208개에 달해
다산, 풍요, 재물의 가복신으로 여겨
푸른 뱀의 전설 간직한 부산 청사포
지리산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남원 뱀사골
뱀이 기어간듯한 모습의 제주 김녕사굴
  • 등록 2025-01-01 오전 6:00:00

    수정 2025-01-01 오전 6:00:00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해가 지났습니다. 2024년의 마지막은 비통한 마음으로 가득했습니다. 해넘이 직전에 발생한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는 우리에게 깊은 상처와 충격을 남겼습니다. 희생된 이들과 남은 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깊은 슬픔과 애도가 느껴집니다. 그들의 아픔과 슬픔이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그들의 영혼이 평안을 얻기를 바랍니다.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청사의 해’라고 합니다. 다산과 풍요, 그리고 생명력을 상징하는 청사처럼 새해엔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합니다. 새로운 시작과 다짐을 위해 연초에 찾아가기 좋은 몇 군데를 추천합니다. 청사의 기운을 받아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나은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베스트웨스턴 플러스 부산송도호텔 루프탑에서 바라본 송도해수욕장 일출 모습(사진=강경록 여행전문기자)
◇금술 좋은 부부의 사랑이야기 청사포


예부터 뱀은 숭배와 질시를 동시에 받았다. 집과 재물을 지켜준다는 업구렁이는 떠받들어졌지만, 인간을 해치려는 사악한 뱀은 미움을 사기도 했다. 이 같은 이중적 믿음은 지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국 지명 150만여 개 가운데 뱀과 관련이 있는 지명만 208개다. 특히 한자 사(巳)는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의 형상을 딴 글자로 일어서는 기운을 뜻한다. 시간으로는 사시(巳時)로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를 가리킨다. 달(月)로는 식물이 한창 자라는 때인 음력 4월을 의미한다.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력이 움트는 계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알과 새끼를 낳는 뱀을 다산, 풍요 재물의 ‘가복신’으로 여기기도 했다.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사진=강경록 여행전문기자)
부산 청사포는 최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청사포는 ‘푸른 모래 사구’라는 뜻이지만 원래 이름은 ‘푸른 뱀’에서 유래했다. 이 이야기는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주 먼 옛날 이곳에는 서로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금슬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 남편이 그만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아내는 남편이 돌아올 거라 굳게 믿으며 매일같이 마을 소나무에 올라 그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녀의 변함없는 정성에 감복한 용왕은 푸른 뱀을 보냈고, 그 뱀은 곧 아내를 물길로 인도해 헤어진 부부를 다시 만나게 해줬다는 이야기다.

마을 이름에서부터 그리움과 사랑을 가득 담은 청사포. 이토록 아름다운 청사포 바다를 더욱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은 청사로 다릿돌 전망대다. 여기서 청사포의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영험한 힘을 지난 부른 뱀이 연상된다.

청사포 주변에는 예쁜 카페들이 많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좋다. 그중 청사포구 주변 카페거리를 조금만 지나면 눈에 띄는 한옥 한 채가 있는데 지게와 나무 조합이 청사포만의 감성을 자아내는 한옥 라운지인 청사포역이다. 옛것을 최대한 살린 듯한 낮은 건물에 고즈넉이 둘리어 있는 돌담은 마치 제주도에 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덕분에 이곳의 입구는 청사포에 왔다면 꼭 찍어야 할 인증사진 장소다.

전북 남원 지리산 뱀사골계곡(사진=한국관광공사)
마치 뱀이 기어간 듯한 골짜기 ‘뱀사골’

뱀의 지명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전북 남원 지리산 자락에 있는 ‘뱀사골’이다. 피아골과 함께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다. 지리산 삼도봉에서 북쪽의 남원시 산내면을 거쳐 경남 함양군 휴천면 쪽으로 장장 32㎞(80리)의 임천강 지류와 함께 구불구불 이어나간 깊숙한 골짜기가 마치 큰 뱀이 기어가는 모습을 닮은 데다가 뱀이 많다고 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특히 뱀사골 계곡은 지리산 반야봉에서 반선까지 산의 북사면을 흘러내리는 길이 14㎞의 골짜기다. 지리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골짜기 가운데 가장 계곡미가 빼어난 골짜기 중 하나로 뽑힌다. 전 구간이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이 계곡에는 100여 명의 인원이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넓은 너럭바위가 곳곳에 있다. 여기에 10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줄을 이어 탐방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봄이면 철쭉꽃이 계곡을 메우고, 여름에는 녹음 짙은 계곡 안에 삼복더위를 얼어붙게 하는 냉기가, 가을에는 빛깔이 다양한 단풍이 계곡을 덮는다.

제주도 ‘김녕굴’의 내부 모습(사진=이윤정 기자).
뱀을 닮은 천연기념물 동굴 ‘김녕사굴’

맹수가 없는 제주도에서 뱀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제주 구좌읍 월정리의 ‘김녕사굴’은 모양이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습과 흡사한 꾸불꾸불한 동굴의 형태 때문에 오래전부터 김녕사굴(金寧蛇窟)로 불려 왔다. 동굴 입구 또한 뱀의 머리 부분처럼 크게 벌어져 있어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점점 가늘어져 뱀과 닮았다.

사굴이라는 명칭은 이 동굴에 내려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본래 이 동굴에는 해마다 15세 된 소녀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심한 폭풍우를 일으키는 등 갖가지 변괴를 부리는 거대한 구렁이가 살고 있었는데, 조선 중종 때 제주판관 서린이 주민을 괴롭혀 온 구렁이를 퇴치했다고 전해진다.

사실 이 동굴은 용암동굴이다. 잘 알려진 만장굴 옆에 있다. 1962년 만장굴과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일반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를 받으면 관리나 학술 연구 목적으로는 출입이 가능하다. 김녕사굴의 모양은 S자형으로 총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제1동굴은 52m, 제2동굴은 상층부가 54m, 하층부가 156m다. 제3동굴은 353m다. 동굴 생성 당시 만장굴(7.4㎞)과의 사이에 함락부가 뚫린 상태로 있다. 두 개의 동굴을 연결한다면 엄청난 길이인 셈이다.

경남 통영 장사도 항공사진(사진=한국관광공사)
한려수도 절경과 아름다운 동백이 가득한 ‘장사도’

경남 통영 ‘장사도’는 섬의 형상이 뱀처럼 길게 뻗어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거제도 남단에서 서쪽으로 약 1㎞ 거리에 있다. 섬 대부분이 동백 군락지로 지난 2011년 12월 장사도해상공원으로 탄생했다. 섬에는 10만여 그루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그리고 천연기념물인 팔색조와 풍란, 석란 등이 지천으로 자생하고 있다.

장사도해상공원은 동백터널 길, 미로정원, 허브가든 등 20여 개의 코스별 주제정원과 야외공연장, 야외갤러리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자생꽃 200여 종과 10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사계절 피고 지고, 곳곳의 전망대에 오르면 한려수도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장사도해상공원은 뱀이 똬리를 틀 듯이 오르락내리락하며 구경하도록 잘 꾸며졌다. 길은 서쪽으로 가다가 동쪽으로 꺾여 들어간다. 정상에 오르면 여인상이 비스듬히 누워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는 남해의 보물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소덕도와 대덕도, 소매물도, 매물도, 가약도, 국도, 소지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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