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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뱀은 숭배와 질시를 동시에 받았다. 집과 재물을 지켜준다는 업구렁이는 떠받들어졌지만, 인간을 해치려는 사악한 뱀은 미움을 사기도 했다. 이 같은 이중적 믿음은 지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국 지명 150만여 개 가운데 뱀과 관련이 있는 지명만 208개다. 특히 한자 사(巳)는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의 형상을 딴 글자로 일어서는 기운을 뜻한다. 시간으로는 사시(巳時)로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를 가리킨다. 달(月)로는 식물이 한창 자라는 때인 음력 4월을 의미한다.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력이 움트는 계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알과 새끼를 낳는 뱀을 다산, 풍요 재물의 ‘가복신’으로 여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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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름에서부터 그리움과 사랑을 가득 담은 청사포. 이토록 아름다운 청사포 바다를 더욱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은 청사로 다릿돌 전망대다. 여기서 청사포의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영험한 힘을 지난 부른 뱀이 연상된다.
청사포 주변에는 예쁜 카페들이 많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좋다. 그중 청사포구 주변 카페거리를 조금만 지나면 눈에 띄는 한옥 한 채가 있는데 지게와 나무 조합이 청사포만의 감성을 자아내는 한옥 라운지인 청사포역이다. 옛것을 최대한 살린 듯한 낮은 건물에 고즈넉이 둘리어 있는 돌담은 마치 제주도에 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덕분에 이곳의 입구는 청사포에 왔다면 꼭 찍어야 할 인증사진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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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지명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전북 남원 지리산 자락에 있는 ‘뱀사골’이다. 피아골과 함께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다. 지리산 삼도봉에서 북쪽의 남원시 산내면을 거쳐 경남 함양군 휴천면 쪽으로 장장 32㎞(80리)의 임천강 지류와 함께 구불구불 이어나간 깊숙한 골짜기가 마치 큰 뱀이 기어가는 모습을 닮은 데다가 뱀이 많다고 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특히 뱀사골 계곡은 지리산 반야봉에서 반선까지 산의 북사면을 흘러내리는 길이 14㎞의 골짜기다. 지리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골짜기 가운데 가장 계곡미가 빼어난 골짜기 중 하나로 뽑힌다. 전 구간이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이 계곡에는 100여 명의 인원이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넓은 너럭바위가 곳곳에 있다. 여기에 10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줄을 이어 탐방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봄이면 철쭉꽃이 계곡을 메우고, 여름에는 녹음 짙은 계곡 안에 삼복더위를 얼어붙게 하는 냉기가, 가을에는 빛깔이 다양한 단풍이 계곡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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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가 없는 제주도에서 뱀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제주 구좌읍 월정리의 ‘김녕사굴’은 모양이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습과 흡사한 꾸불꾸불한 동굴의 형태 때문에 오래전부터 김녕사굴(金寧蛇窟)로 불려 왔다. 동굴 입구 또한 뱀의 머리 부분처럼 크게 벌어져 있어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점점 가늘어져 뱀과 닮았다.
사굴이라는 명칭은 이 동굴에 내려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본래 이 동굴에는 해마다 15세 된 소녀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심한 폭풍우를 일으키는 등 갖가지 변괴를 부리는 거대한 구렁이가 살고 있었는데, 조선 중종 때 제주판관 서린이 주민을 괴롭혀 온 구렁이를 퇴치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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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장사도’는 섬의 형상이 뱀처럼 길게 뻗어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거제도 남단에서 서쪽으로 약 1㎞ 거리에 있다. 섬 대부분이 동백 군락지로 지난 2011년 12월 장사도해상공원으로 탄생했다. 섬에는 10만여 그루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그리고 천연기념물인 팔색조와 풍란, 석란 등이 지천으로 자생하고 있다.
장사도해상공원은 동백터널 길, 미로정원, 허브가든 등 20여 개의 코스별 주제정원과 야외공연장, 야외갤러리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자생꽃 200여 종과 10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사계절 피고 지고, 곳곳의 전망대에 오르면 한려수도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장사도해상공원은 뱀이 똬리를 틀 듯이 오르락내리락하며 구경하도록 잘 꾸며졌다. 길은 서쪽으로 가다가 동쪽으로 꺾여 들어간다. 정상에 오르면 여인상이 비스듬히 누워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는 남해의 보물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소덕도와 대덕도, 소매물도, 매물도, 가약도, 국도, 소지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