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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통화정책은 완화적이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주는 유로화 강세 등을 유심히 볼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00%로 유지하기로 한 뒤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 회복이 상당한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ECB “금리 현행 혹은 더 낮은 수준 유지”
ECB는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를 각각 현재 -0.50%와 0.25%에서 변경하지 않기로 했다. ECB는 “통화정책 목표치인 물가 상승률 2.00%에 충분히 근접한 수준에 수렴할 때까지 금리를 현행 수준 혹은 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ECB가 유로존 경제 전망을 다소 상향 조정했음에도 초완화적인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ECB는 올해 인플레이션을 0.3%로 봤으며, 내년과 내후년의 경우 각각 1.0%, 1.3%로 예상했다. 내년 전망치는 지난 6월 당시 수치보다 높였다 . 그러나 여전히 통화정책 목표치에는 못 미친다.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석 달 전 -8.7% 전망에서 이날 -8.0%로 상향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경제 지표는 반등을 암시하고 있고 이는 기존 전망과 맞아떨어지는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회복의 힘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경기 리스크는 하방 쪽”이라는 것이다. 그는 “경제 회복은 향후 팬데믹의 방향과 통제 정책의 성공에 의존하고 있다”고도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특히 최근 유로·달러 환율이 1.20달러를 넘어선 것(유로화 강세·달러화 약세)을 염두에 둔 듯 환율을 주시하겠다는 언급을 수차례 했다. 중앙은행 총재가 직접 특정 환율 레벨을 거론하는 식으로 구두 개입을 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유로·달러 환율 주시”…ECB, 또 개입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유로·달러 환율이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환율에 있어 목표치가 있지는 않지만 유로화는 (통화정책을 할 때)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는 얼마 전 “유로·달러 환율은 매우 중요하다”는 필립 레인 ECB 수석이코노미스트의 구두 개입과 맥을 같이 하는 발언이다.
ECB는 이날 공식 성명에는 특정 환율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라가르드 총재는 제롬 파월 의장처럼 AIT 같은 전례 없는 조치를 꺼내지는 않았음에도 연준과 발을 맞추며 환율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날 유로·달러 환율은 1.185달러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치솟은 유로·달러 환율이 추후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라가르드 총재는 그 연장선상에서 PEPP, APP 등 각종 프로그램을 두고 “충분한 정도의 통화 완화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