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늘린다더니…1년 만에 도심 주택 더 짓겠다는 서울시

상업지역 주상복합건물 비주거 의무비율 10% 축소
市, 지구단위계획 전체 일괄 재정비
"주택공급 늘리며 주먹구구식 조정, 시장 혼란 조장"
  • 등록 2019-05-03 오전 7:00:00

    수정 2019-05-03 오전 7:00:00

서울 도심 전경(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가 2022년까지 공공주택 8만 가구 공급 목표를 채우기 위해 상업지역 내 주상복합건물 비주거용 비율을 1년만에 축소해 비난을 사고 있다. 일자리를 더 창출하고, 빽빽한 주거 시설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도심 상업지역 주상복합건물 비주거용 비율을 전체 공간의 30%로 의무화했지만 1년여만에 20%로 다시 낮췄기 때문이다. 도심 건축물의 용적률 상향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상업·준주거지 230여곳 지구계획 수정

서울시는 지난 3월 시행에 들어간 ‘상업·준주거지역 용적률 완화’를 담은 조례 개정안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지구단위계획 전체를 일괄 재정비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의 확장판이다. 시는 같은 해 12월 상업·준주거·역세권지역 용적률 상향, 빈집 및 저이용 공공부지 활용, 공실 빌딩의 주거용 전환 등을 통해 2022년까지 총 8만 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한다는 내용의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상업·준주거 지역 주거 확대를 통해 1만681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상업·준주거 용적률 상향 등이 포함된 조례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구역 특성에 따라 개별 지구단위계획에 잘 반영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해 이를 일괄 수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서울에서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된 400여곳의 사업지 중 상업·준주거지역에 속한 230여 곳을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계획에 따르면 시는 도심 상업지역 주상복합건물의 비주거 의무비율을 최대 30%에서 20% 이상으로 일괄 적용한다.서울시는 동시에 임대주택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주거용 시설이 차지하는 주거용적률을 400%에서 500~600%로 차등 상향한다. 준주거지역은 임대주택 추가 확보 시 현재 최대 400%인 용적률을 500%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 경우에도 완화된 용적률로 확보된 증가분의 절반은 공공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는 공공주택 8만가구 공급 목표해인 2022년 2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하지만 서울시의 오락가락 행정에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때 주거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 허용 용적률을 줄이고 상업 시설이 많아야 용적률을 높여줬는데 그 새 반대 시정을 내놨다”며 “시가 단순히 주택공급 숫자를 늘리기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급조한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도심 상업지역에서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때 전체 공간의 30% 이상을 비주거용도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만들어 2018년부터 시행했다. 상업지 특성을 살리고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주거 보다는 상업 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한 것이다.

3년 한시적 시행에 실효성 의문 “인센티브 대폭 늘려야”

건설업계는 용적률 상향 등에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시행 기간 자체가 한시적인데다 신규택지 확보가 어려운 서울에서 기존 주택을 개량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동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용적률 완화 특례기한을 3년으로 못 박으면 이미 개발이 지연되고 방치돼 있는 일부 노후 건물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신축은 대상지가 많지 않아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도심형 주택 공급 확대의 일환으로 시가 추진 중인 도심 업무용 빌딩의 공실을 주거 용도로 전환하는 것도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실이 발생한 도심 내 빌딩이나 오피스에 주거용 시설을 넣으려면 기존 난방시설이나 엘리베이터 등 주거용 인프라를 확충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주택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민간업체의 참여인데, 정부 지침이라는 이유로 비주거시설 의무비율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정은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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