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복지부의 메르스 복지부동

정부 “법적근거 충분” vs 정치권 “강제성 없어”
WHO 발표 후 3년 지나… 신종플루 등도 뒷북대응
  • 등록 2015-06-12 오전 6:32:48

    수정 2015-06-12 오전 6:32:48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두고 정치권과 정부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메르스를 법정감염병에 편입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름 그대로 ‘복지부’동(伏地不動)이다.

복지부는 메르스가 이미 법적으로 관리대상 감염병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 주장의 근거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예방법)은 감염병을 1~6군으로 나눠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1~3군은 콜레라, 일본뇌염 등과 같이 병명이 명시돼 있는 것과 달리 4군은 ‘국내에서 새롭게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감염병 또는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해외 유행 감염병’을 통칭한다.

보건당국은 하위 규정인 감염예방법 시행규칙은 야토병, 신종플루 등 18종의 감염병을 4군에 지정해 놓고 있다. 특히 13번째 항목에는 ‘신종감염병증후군’이 포함돼 있다. 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신종감염병증후군’인 메르스도 ‘4군’ 감염병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신종감염병은 말 그대로 신종이기 때문에 미리 알고 대처해 관리할 수 없다”며 “메르스도 법령에 관리대상으로 명기된 신종감염병 중 하나로 관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납득하기 힘든 답변이다. 3년 전인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메르스를 신종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세계 각국에 주의를 당부했다. 정부가 조금만 관심를 기울였어도 메르스를 법정전염병으로 명시해 관리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현 정부의 특기인 ‘소읽고 외양간 고치기’가 보건분야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된 것이다.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되면 의사에게는 신고의무가 주어지고, 진료를 거부할 경우 처벌 근거가 생긴다. 좀더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복지부가 메르스는 감염예방법 시행규칙상 ‘신종감염병증후군’ 중 하나인 만큼 법적인 관리대상이라는 주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면 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귀에 걸면 귀걸이’식 법규정으로 체계적 관리가 가능할 리 없다. 국민 안전에 있어 정부의 책임은 ‘무한’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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