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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조리기구 제조사인 자이글의 주가는 최근 한 달(11월13일~12월13일)간 31.64% 하락했다. 이날 종가는 6870원으로 올해 장중 최고점(3만8900원, 4월4일)과 견줘 82% 급락한 수준이다. 300억원 규모 제3자배정증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철회한 뒤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자이글은 지난해 12월 말 신사업 추진에 나서면서 개인들의 매수세가 몰렸던 대표적인 2차전지 테마주 중 하나다. 지난 1년간 개미 투자자들은 233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기관은 211억원, 외국인은 19억원을 순매도했다.
수급이 개인에 집중된 탓에 주가 급락으로 인한 손실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NH투자증권의 투자데이터인 ‘NH데이터’에 따르면, NH증권을 통해 자이글에 투자한 2022명의 평균 수익률은 -54.11%로, 주당 매입 평균 단가는 2만129원으로 나타났다. 11일 기준 손실투자자의 비율은 97.63%에 달했다. 수익을 내고 있는 투자자의 비율은 고작 2.37%에 그쳤다. 상당수 개미(소액 개인투자자)들이 고점에 물려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의 제재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투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앞서 자이글은 지난 7월 미국 2차전지 시장 진출을 위해 합작벤처(JV) 자이셀의 지분 30%를 기계장치 현물출자 방식으로 취득했다. 이를 통해 미국 버지니아주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셀 전문 제조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당시 회사 측은 “자이셀 지분 취득 이후로 유상증자를 연기해달라는 투자자의 요청에 따라 유상증자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한 투자펀드 회사의 내부 투자자 증가에 따라 현재 추가 투자 유치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금조달과 관련한 회사의 입장은 불과 넉 달여 만에 180도 달라졌다. 자이글은 유상증자 실패 후 “회사 운영 자금이 부족하지 않다”며 “최근 낮아진 주가를 반영한 리픽싱 등을 무리하게 하면서까지 투자 유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영자금 부족하지 않다” 해명했지만…실탄은 고작 35억
배터리 사업 실체에 대한 궁금증 해소도 자이글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지난달 14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차전지 관련 조직이나 연구개발 활동이 전무하다. 지난 9월 말 기준 임원 가운데 2차전지 사업 경력이 있거나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임원 명단은 아예 없다. 관련 사업에 진출한 지 9개월이 지나도록 사업 조직이 정비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회사 측은 지난달 중순에야 뒤늦게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중심으로 2차전지 사업본부와 헬스케어 사업본부 등 2개 본부 체제로 재편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선 자이글이 2차전지 사업 계획과 자금 조달 방안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사업기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의 의문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며 “2차전지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자금 문제 방안을 제시해야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