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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A업체의 해당 직영점은 내방 고객이 제일 많이 온다는 시간대인 오후 1시30분~3시 30분까지 7명의 고객만이 방문했다. 지상 8층 규모의 중고차 전시장에도 고객의 발걸음이 뚝 끊기자 업체에서 판매를 위해 매입해둔 자동차가 시루에 담긴 콩나물 마냥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문제는 이 직영점뿐 아니라 전국 직영점에서 갈수록 내방 고객이 줄고 있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A업체 관계자는 “1~4월은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학부모들 수요나 자녀의 대학 입학 선물 등으로 인해 중고차 시장이 가장 활기를 띠는 때”라며 “하지만 지난 2월부터 코로나 때문에 내방객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씁쓸해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중고차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자동차 데이터 연구소 카이즈유에 따르면 2020년 1~3월 중고차 판매(B2C 기준)는 25만643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일평균 판매량으로 비춰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3월 일평균 중고차 판매량은 각각 3529대, 324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4%와 13.3%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중고차 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2%에 불과한 점을 생각하면 영세한 매매상사는 폐업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현실화하자 중고차 업계에서도 하나둘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업체인 K car(케이카)는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하고 상반기 동안 임원 급여 20% 자진 반납, 내부 비용 절감 등에 나섰다. 만일 하반기에도 진정되지 않으면 지원 부서 위주로 희망퇴직도 받겠다는 계획이다. 자칫 관련 종사자 5만명에 달하는 중고차 업계가 구조조정될 상황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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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무국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중고차 업계의 불황이 지속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애로사항을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거나 하는 등의 조치는 아직 없는 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정부가 신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를 단행한 것처럼 중고차 업계에도 취득세 정상화를 통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중고차에 대한 취득세는 판매를 위해 중고차를 매입하는 업체와 해당 차량을 매입하는 소비자에게 총 두 차례 부과되며 사실상 이중으로 과세되고 있다. 소비자는 비영업용 승용차를 기준으로 차량가액의 7%를 취득세로 내야한다.
하지만 해당 법이 일몰되면서 중고차 취득세 200만원(차량가액 2857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면제를, 취득세 200만원 초과에 대해서는 취득세의 15%를 부과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중고차 거래 가격이 2857만원이면 취득세가 면제되지만, 2858만원이면 취득세가 200만600원이 되고 15%인 30만90원을 내는 식이다. 이에 따라 중고차 업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서도 취득세로만 수십억원을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재판매를 위한 중고차 매입의 경우 취득세를 폐지하거나 감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신차에 대한 개소세 인하와 마찬가지로 소비자가 중고차를 매입할 시 취득세를 일정기간 인하하는 방안도 꼭 필요한 지원책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공장 셧다운이 돼 신차 대기 고객이 줄을 이은 상황에서 중고차 취득세가 한시적으로 감면된다면 중고차 업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 소비진작에도 좋은 카드라는 설명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으로 중고차 업계가 줄초상 위기에 놓였다”며 “취득세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이 부분만 해소가 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