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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서는 GS리테일의 감사 선임 무산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동안 중소형 코스닥 상장사 일로만 여겨지던 감사 선임 부결 사태가 10대그룹 계열사로 번진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감사·감사위원 선임을 앞둔 기업에 있어선 GS리테일의 감사 선임 부결은 ‘공포’ 그 자체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19일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주총에서 3%룰에 걸려 감사위원 선임이 불발된 상장사는 GS리테일(007070)과 진양산업(003780), 디에이치피코리아(131030), 연이정보통신(090740), 씨유메디칼(115480), 오르비텍(046120) 등 총 6곳이다. 주총 시즌 초입인 데도 벌써 상장사 6곳이나 감사 선임이 무산된 것이다. 지난해 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하지 못한 기업은 총 76개사. 상장사협의회는 “이 추세라면 올해 154곳, 2020년 238곳이 이런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봤다.
‘3% 룰’은 1962년 상법 제정 때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겠다며 도입한 제도다. 도입 당시에는 주식 거래가 많지 않아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1989년 코스피 지수가 1000선을 돌파한 뒤, 주총에 관심이 없는 소액주주가 급증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족수 미달로 감사·감사위원을 새로 선출하지 못하는 기업이 하나 둘씩 등장했기 때문이다.
감사 선임을 앞둔 상장사들은 ‘3%룰’ 공포로 인해 전자투표를 도입하고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도 나섰지만, 소액주주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기 위해 소액주주를 찾아가면 ‘왜 개인정보를 요구하냐’며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상장사 관계자는 “주주명부상 주소는 증권 계좌 개설 시점의 주소이기에 10곳을 찾아가 1~2곳 건지면 성공”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 주총에 의사정족수 규제를 둔 곳은 많지 않다. 미국과 스위스, 독일, 스웨덴 등은 의사정족수 자체가 없다. 주주 한 명만 참석해도 다수결로 결정된다. 영국은 2명 이상이다. 일본에선 전체 주식의 50% 이상 참석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이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다.
이형규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3%룰은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로 폐지해야 한다”라면서 “의결 정족수를 대폭 안화하되,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합병이나 분할, 재산 영업양도 등 회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의 경우 특별결의 요건을 따르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