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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이와의 첫 만남을 뚜렷이 기억한다. 2006년 겨울. 태어난지 20여 일 만에 인큐베이터 속 아이를 처음 안는데 2.7kg의 가냘픈 체구가 마치 270톤은 되는 듯 느껴졌다. 아이가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부터는 휠체어 높이의 특별한 눈 2개가 새로 생겼다. 그 눈으로 엄마는 장애인에겐 너무도 차가운 세상에 분노하고, 불합리한 상황에 맞서 싸우며 아이와 함께 울고 웃었다.
지난 19일 문을 연 옥션의 장애용품 전문 쇼핑몰 ‘케어플러스(CARE+)’는 이들 모녀의 합작품이다. 장애가 있는 딸을 위해 세상을 바꾸려는 엄마의 열정으로 탄생했다. 홍윤희 이베이코리아 커뮤니케이션부문 이사는 “장애인에겐 일상생활 자체가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라면서 “몸이 불편한 아이를 키우면서 필요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기획안에 담았고 김순석 팀장, 김정남 매니저 등 회사 동료들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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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를 보며 부모로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아이가 뭘 필요로 하는지 모를 때예요. 그런데 정작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죠. 저 같은 경우도 어떤 증상에 어떤 종류의 상품이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지, 또 어디서 사면 좀 싼지 등 정보가 없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정보라고 해야 병원이나 복지관 등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얻는 게 전부인데다 판매처도 명확하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았죠. 그래서 떠올린 게 장애용품 전문관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만 250만명, 당뇨 등 만성질환자들과 가족까지 합하면 1000만 명의 수요가 있는 데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돌봄’이 필요한 이들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홍 이사의 생각이었다.
기회가 찾아온 건 올 초 일회용 밴드, 반창고 등 슈퍼용 의약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옥션 구급함’ 코너가 대박이 나면서다. 회사는 ‘케어플러스’가 사회공헌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 사업화를 추진했다. 홍 이사는 이후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하고 척수장애인협회 등의 도움을 얻어 실수요자 조사를 한 뒤 10개의 상품군을 선정했다. 점차 장애인 유형별로 상품군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장애보조용품을 소개하는 ‘따뜻한 발명’ 코너도 마련했다. 첫 상품으로 장애용품 전문 IT 스타트업 토도웍스의 휠체어전동키트 토도드라이브를 소개했는데 홍 이사와 딸 지민 양은 이 제품의 모델로도 나섰다.
홍 이사는 딸 지민이가 휠체어 밖 세상을 마음껏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의(muui)’라는 단체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 건물에서 겪는 휠체어 이동의 어려움을 알리는 등 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혼자 이동하는 일이 쉬워지면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닐 수도 있어요. 그러면 만나지 못한 세상이 펼쳐지죠. 최근에는 지민이가 생애 처음으로 용기를 내 혼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나들이를 다녀왔어요. ‘케어플러스’ 오픈 이후 ‘이런 제품을 소개하고 싶다’는 관련 업체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페이스북 응원글을 접하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내년에는 장애용품 정보 공유 커뮤니티도 구축할 계획인데 이를 통해 우리 딸 지민이를 비롯한 몸이 불편한 사람들과 그 가족의 삶이 조금이라도 윤택해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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