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후 학원 오겠다는 문의 하루 수십통”

내년 大入 내신·수능·논술 ‘고통의 트라이앵글’
●2008대입 무엇이 문제인가
  • 등록 2006-12-20 오전 8:33:17

    수정 2006-12-20 오전 8:33:17

[조선일보 제공] “우리 반에서 2학기에만 4명이 자퇴했어요. 다들 중간고사 결과 보고 ‘이 내신으론 안 되겠다’며 학교에서 뛰쳐나온 거죠.”

19일 서울 강남의 D입시학원 자퇴생반. 70여명이 점심 도시락을 꺼내 먹고 있었다. 학원 관계자는 “지난 11월 국·영·수 시험을 통해 210명 중 70명을 선발했다”며 “내신 부담 때문에 자퇴한 고2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자퇴를 하면 수험생이 얻은 수능점수에 맞춰 내신등급을 정하도록 돼 있어 수능성적만으로도 뒤처진 내신성적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내신까지 잘해야 하는 2008학년도 입시를 앞두고 고2생들 사이에 자퇴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엔 내신성적이 좋지 않은 특목고 학생들 사이에 자퇴 바람이 번졌으나 이제 일반고 학생들에게로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공주 S고를 자퇴하고 서울 친척집에서 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민모(18)양은 “자퇴하면 수능등급으로 내신까지 해결되기 때문에 오히려 부모님이 자퇴를 권하셨다”고 말했다.

높아진 학생부 반영비중 ‘내신전쟁’ 불러
수능 등급제로 바꿔도 부담은 마찬가지 논술

반영비중 높아져… 자연계도 비상
▲ 19일 대전 C 검정고시학원‘자퇴생반’에서 고등학교 자퇴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내신걱정에 자퇴문의 하루 수십 통”

일선 고교의 학생들은 교육당국의 지시로 2008학년도 입시에서 대학들의 내신 반영비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친구도 내신의 적이 됐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 D고교 강모(18)군은 “기말고사 때 친한 친구들도 서로 노트를 빌려주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지난 9월 자퇴했다는 서모(18)군은 “(입시학원) 재수생 종합반에 나처럼 내신 때문에 자퇴한 애들이 많아 놀랐다”면서 “연말이 될수록 수가 더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학원의 한 관계자도 “내신이 안 좋다면서 자퇴 후 학원등록을 할 수 있는지 묻는 전화가 올 들어 하루 60통씩 온다”며 “작년에도 가끔 자퇴문의 전화가 왔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자퇴생이 늘다 보니 기존 검정고시 학원에서 ‘자퇴생반’을 따로 만드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대전의 C검정고시학원은 60명을 모집한 자퇴생반이 꽉 찬 상태. 이 학원 원장은 “고1까지 자퇴연령이 내려가고 특목고보다 일반계고 출신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검정고시를 주관하는 서울시교육청에도 자퇴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교육청 검정고시 담당자는 “교장 선생님들이 전화를 해서 ‘우수한 학생이 검정고시를 보겠다며 빠져나가는데 막을 방법이 없겠느냐’라는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 자퇴생들은 혼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재수생 종합반에 등록한다. 대전 출신이라는 한 학생은 “지방엔 대형학원의 재수생 종일반이 없어 서울까지 와야 한다”며 “혼자 공부하면 우울증에 빠지기 쉬워 학원은 필수”라고 말했다.

◆“수행평가에 수능, 논술까지 미칠 지경

고2 학생들 사이에서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논술고사가 1년 이상 남았는데도 상위권 학생들은 벌써부터 논술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기말고사가 끝난 뒤 인터넷 입시사이트에는 ‘고2들은 내신·수능·논술 세 개의 꼭짓점에서 돌고 도는 실험쥐나 마찬가지’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수능·내신·논술 3가지 모두 신경 쓰느라 어느 한 가지 확실하게 관리도 안 되고 시간도 없다는 얘기다.

안산 D고의 주모(18)양은 “차라리 자퇴해서 1년간 바짝 수능과 논술만 파는 게 훨씬 낫다”며 “새 입시제도가 자퇴를 권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울 H고 김모(18)군은 “수능만으로도 벅찬데 학기 내내 수행평가에 시달리고 논술 때문에 책까지 읽어야 한다”며 “정말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2008 대입 뭐가 문제인가

2008학년도 대입안은 교육당국이 학생부 반영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도록 대학들을 압박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대학들은 “일선 고교의 내신성적이 성적 부풀리기 등으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내신 반영 비중을 높이도록 한 교육부의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게다가 교육부가 수능 점수를 통보하지 않고 1~9개의 학생 수능등급만 제공키로 하자 대학들은 논술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입시안을 변경했다.

이 때문에 자연계는 2008 입시부터 그 전에 없던 논술을 준비해야 할 처지다. 수능 등급제는 상위 4% 이내 학생의 경우 모두 1등급으로 취급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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