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자전거 보급대수 가구당 2대, 1인당 0.6대, 자전거교통소송분담률 20%. 자전거 선진국이라 불리는 서유럽과 일본 어느 도시의 수치가 아니다. ‘자전거의 도시’로 불리는 경북 상주의 자전거 사랑을 수치화한 것이다. 실제로 상주는 자전거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내에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학생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자전거를 타고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많다. 1910년대 일제강점기에 자전거가 들어온 뒤 급속하게 퍼졌다. 여기에 평지가 많은 분지 형태의 지리적 환경도 한 몫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경북 상주에 자전거 박물관이 들어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낙동강이 굽이치며 돌아나가는 강변에 자리했다. 2002년 10월 문을 열어 2010년 지금의 장소로 확장 이전했다. 자전거 박물관은 자전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상주는 물론 우리나라와 세계의 자전거 역사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실 곳곳에는 각양각색의 자전거들이 자리잡고 있다. ‘초헌’이란 지렛대 자전거를 처음 본 고종 황제 이야기도 있고, 1970년 프랑스에서 발명한 세계 최초의 자전거 ‘셀레르페르’도 있다. 이 두 자전거는 현재의 자전거와 많이 다르다. 지렛대 자전거는 사람이 타는 가마 아래 바퀴가 달린 형태로, 앞 뒤로 사람이 끌어야 한다. 셀레르페르 자전거는 핸들과 페달이 없다. 대신 사람이 직접 발로 땅을 굴러서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은빛 철제를 예술적으로 꼬아 만든 ‘아트바이크’, 뒷바퀴보다 훨씬 큰 앞바퀴에 안장이 올려진 ‘하이힐바이크’, 1989년 삼천리자전거에서 딱 3대를 제작한 ‘5층 자전거’ 등 갖가지 자전거도 눈길을 끈다.
자전거박물관에 전시 중인 엄복동 자전거. 민족의 울분을 풀어준 자전거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가장 오래 발길을 잡아두는 곳은 ‘자전거왕’ 엄복동이 탄 자전거다. 그 옆으로는 낡은 흑백 사진도 한장 있는데, 1924년 상주역이 개통하고 이듬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조선팔도자전거대회’에 참가한 선수 사진이다. 사진 속에는 엄복동 선수와 상주 출신의 박상헌 선수가 있다. 당시 상주에서 처음 열린 자전거 대회에서는 엄복동이 아닌 박상헌이 우승을 차지했다. 낡은 사진 속에는 당시의 모습과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자전거박물관에 전시 중인 ‘5층 자전거’ 1989년 삼천리자전거에서 딱 세대만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