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든 크든 조직에서 ‘리더’ 혹은 그 역할을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일이 아닌가. 저들의 입을 열기 위해 ‘할 짓’ 또한 다 해봤을 거다. 달래고 어르고 협박하고, 또 화내고 성내고 좌절하고. 회사 밖 고객의 생각은커녕 회사 내 직원의 생각도 모르고 있으니. 그러다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을 거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어찌하면 저들과 속 편하게 말이라도 섞어볼 수 있을까.
단군 이래 모든 리더가 한 번쯤 속을 끓였을 고민. 책은 그 문제와 해법에 대해 풀어낸다. 큰 줄기는 이거다. ‘마음!’ 이것저것 다 필요없고 먼저 마음을 들어주라고 한다. 단순하지만 단호한 이 제안은 국내 ‘비즈니스 코칭’ 전문가인 저자에게서 나왔다. 저자는 기업에서 뼈가 굵었다. 25년 동안 별별 부서와 별별 팀을 다 거쳤단다. ‘신입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 임원’이란 타이틀도 쥐고 있다. 웬만한 속사정은 꿰뚫었을 거고, 할 만한 일은 다 해봤을 거다. 그뿐인가. 조직 안에 있을 때 못 봤던 것이 밖에 나오니 보이기도 하더란다. 기업인을 대상으로 리더십을 강연하고 코칭을 하다 보니 말이다. 그게 바로 ‘마음’이더란 거다.
△“사람을 움직이려면 마음을 움직여야”
수많은 인간관계 중에서 유독 어렵다는 비즈니스 관계, 또 그중 핵심이라 할 ‘리더’의 역할에 대해 저자는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보통 리더에겐 21세기에도 늘 입에 올리는, 시쳇말로 ‘쌍팔년 레퍼토리’가 있다. “사람이 없어”다. 물론 부하의 레퍼토리도 있다. “내 마음을 몰라준다”다. 이 간극을 저자는 ‘마음을 움직여 사람을 움직인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거다. 우선 세 가지 연결고리만 기억하란다. 감정과 생각, 갈망. 마음은 그 세 요인의 연결체라고 했다.
그렇다면 마음을 움직이는, 그건 어떻게 하는 건가. 시작은 ‘잘 듣는 일’이란다. 바로 ‘경청’이다. 잘 들으면 문제의 절반 이상을 ‘접고 들어갈’ 수 있단 소리다. 다만 의도적으로 잘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령 말하는 이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 들은 내용을 정리해서 되물어주는 것 등등, 사소한 장치를 탑재한 시스템 말이다.
이는 머리로 하던 일을 마음에 시키라는 뜻도 된다. 여기에는 기술이 좀 나서줘야 한다. 사실 하늘 같은 리더와 상사 앞에서 구구절절 속을 털어놓을 간 큰 직원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니 눈치채지 못하게 감정을 빼낼 방법을 터득하는 일이 중요하다. 저자는 이를 ‘리더의 조작된 선한 의도’라고 했다.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마음을 열 수 있게 하는 기술.
△잘 듣는 일, 리더의 ‘불가피한 덕목’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할 것. 가르치지 말고, 이끌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스스로 잠재력을 캐낼 수 있도록 도우라고 했다. 설득하려 들면 떠나게 돼 있고, 표현하지 않은 건 절대 알 수 없다고. 맞다. 이보다 ‘아름다운’ 관계가 어디 있겠나. 그러나 말은 쉽다. 매번 사고만 치는 직원에게 ‘고승이나 할 법한’ 예쁜 말만 할 수 있겠나. 수도자의 자세로 조직을 이끌고 회사를 경영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당장 “소는 누가 키우냐”는 비난도 쏟아질 테고.
그래도 이것 하나만 잊지 말라는 당부가 읽힌다.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란 것. 바위를 망치로 내려쳐 깨기보다 물이 스며들어 갈라지게 하는 게 현명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조차 먼 남의 일 같거든 이렇게 이해해 볼 수도 있다. 리더 한 사람의 카리스마와 자질만으로 경영을 하던 시절은 한참 지났다는 각성. ‘논컨택트 시대’에 화상회의 저쪽 편에 앉은 이들까지 움직이려면 화려한 개인기로는 한계가 있단 소리다. 무릎을 맞대고도 소통이 어려운데, 보이지도 않는 랜선이 묶은 관계야 오죽하겠나. 잘 듣는 일은 이제 리더의 ‘불가피한 덕목’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