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은님 ‘바다의 행진’(사진=가나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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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육각형 모양의 캔버스가 먼저 시선을 끈다. 그 안을 채운 앙증맞은 물고기들. 노란 몸통에 빨간 지느러미, 검은 눈동자를 가진 여럿이 옹기종기 모였다. 혹시 어항인가 싶은데 ‘바다’란다. ‘지금 우리는 행진 중’이라고.
주위를 훤히 밝히는 원초적인 색감, 단출한 붓선으로 큼직하게 배치한 소재, 정돈되지 않은 선과 면. 마치 어린아이처럼 긋고 채운 그림은 흘깃 봐도 작가 노은님(74)의 것이다. ‘바다의 행진’(2009)이 그랬듯 물고기를 많이 그려 ‘물고기작가’로 불렸다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사람은 물론이고 고양이·고래·사슴, 나뭇잎·나무·꽃 등 소재는 무궁무진했으니. 그저 작가의 작품은 무심하고 순진하며 천진난만한 인생동화라고 해야 할 거다.
1970년 스물셋 빛나는 나이에 간호사 캡을 쓰고 독일로 갔다가 ‘운명처럼’ 화가로 성공했다. 하지만 그 세월이 말처럼 쉬웠겠나. 아마 붙들고 있던 한 가닥 철학이 버티게 했을 거다. “살아남기 위해 전쟁터 병사처럼 싸울 필요는 없지. 오히려 풀밭에서 뛰노는 어린아이 같아야 해.”
24일까지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35 가나아트 한남서 여는 개인전 ‘노은님의 그림 낚시’에서 볼 수 있다. 고국을 떠나 독일에 자리 잡은 지 50주년을 기념한 전시다. 캔버스에 아크릴. 40(d)㎝. 작가 소장. 가나아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