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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새벽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는 ‘제로페이 용산구 판매합니다’와 ‘제로페이(중랑상품권) 33만원어치를 27만원에 판매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새벽 3시20분쯤 한 게시자는 “중랑상품권 제로페이를 판다. 선물하기로 전부 쏴드린다”며 휴대전화번호를 남겼습니다.
같은 날 새벽 5시쯤 또 다른 게시자는 “용산구가 발행하는 용산사랑상품권 33만원 1장을 27만원에 판매한다”면서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 선물하기 방식으로 거래한다. 선입금이고 직거래도 가능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서울시는 재난긴급생활비로 쓰라고 준 서울사랑상품권을 현금화하는 사례가 나오자 ‘지급 정지’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현금화를 위해 ‘선물하기’ 기능으로 상품권을 판매하다가 적발될 경우 해당 상품권을 쓰지 못하게 사용 정지 조치를 취한다는 얘깁니다. 이렇게 되면 상품권을 사간 사람이 쓸 수 없게 되고, 판매한 이는 결국 현금을 되돌려 줘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약 3000명이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가족간 이전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등본을 확인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작업은 행정력 낭비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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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재난긴급생활비 상품권 판매를 통한 현금 확보를 이른바 ‘깡(불법할인)’으로 지칭하는데요. 맞는 걸까요?
서울사랑상품권의 ‘형님’격인 온누리상품권의 예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지류 온누리상품권은 은행에서 10% 싸게 구매한 소비자들이 정작 물건 구입을 하지 않고 상인에게 판매해 문제가 됐습니다. 상인이 소비자로부터 구매한 상품권을 은행에 가져가면 지류 상품권의 액면가를 그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 할인된 차액을 상품권 구매자와 상인이 나눌 수 있어 실구매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최근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반면 서울사랑상품권은 지류 온누리상품권과 달리 최종 단계에서 현금이 아닌 서비스가 제공되는 형태입니다. 부정 판매가 발생하더라도 종착지는 결국 지역상권이 되는 셈입니다. 서울시가 지류 대신 모바일 상품권 발행을 고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카페를 방문해보면 서울사랑상품권을 유용하게 사용했다는 후기가 많이 보입니다. 산후조리원을 비롯해 병원 치료비, 학원비, 장보기 등 결제 분야도 다양합니다. 극소수의 일탈 때문에 서울사랑상품권을 이용하는 다수가 불편을 겪고, 정책 당국이 이를 관리·감독하는 데 행정력을 쏟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