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바겐세일' 중…대형주 10곳 중 6곳 장부가 밑돌아

섣부른 저가 매수, 경계해야
초과수익률 내려면 경기 무관 성장주가 유리
  • 등록 2019-08-22 오전 5:10:00

    수정 2019-08-22 오전 5:1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스피는 바겐세일(bargain sale, 할인 판매) 중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0개 종목의 절반 이상이 기업이 청산가치, 즉 망해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모두 팔아치웠을 때 받을 수 있는 값어치보다도 낮은 수준에 주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주가가 싸다고 섣불리 매수하긴 어려운 장이라고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불거진 이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하락한 지 오래된데다 무역분쟁 지속과 경기둔화 우려 등에 주식이 투자 자산으로서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코스피 시총 20위 종목 중 절반이 PBR 1배 미만


21일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0개사 중 실적 추정치가 3곳 이상인 곳은 149개사인데 이들 가운데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곳은 62.4%, 93개사로 조사됐다. 10곳 중 6곳이 장부가 미만의 주가다.

PBR은 주가가 순자산에 비해 주당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기업 가치 평가 지표 중 하나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주가가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 가치보다 낮다는 것이다. PBR이 0.2~0.3배로 극단적인 저평가 상태에 있는 상장사도 한국전력(015760), BNK금융지주(138930), 현대제철(004020) 등 17개사나 됐다.

코스닥 지수가 연초 이후 8.8%나 급락해 코스피(-3.7%)보다 두 배 이상 하락폭이 컸음에도 코스피 대형주가 코스닥보다 더 저평가된 경우가 많았다. 코스닥 시가총액 150개 종목 중 실적 추정치 3곳 이상 55개사 가운데 게임빌(063080), GS홈쇼핑(028150), CJ ENM(035760), 슈피겐코리아(192440), 원익머트리얼즈(104830) 등 5개사만 PBR 1배 미만에서 거래됐다.

코스피 시장의 경우 시가총액 20위권 종목 중에서도 현대차(005380)(0.48배), 현대모비스(012330)(0.68배), 신한지주(055550)(0.49배), SK텔레콤(017670)(0.74배), POSCO(005490)(0.38배), 기아차(000270)(0.57배), 삼성물산(028260)(0.70배), 한국전력(015760)(0.24배), KB금융(105560)(0.41배), SK이노베이션(096770)(0.75배) 등 절반이 PBR 1배를 하회했다. 그나마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는 각각 1.14배, 1.05배로 간신히 1배를 넘어섰다.

순현금(유동자산이 총 부채보다 많은 회사)이 시가총액보다 많은 상장사도 있었다. 3월말 순현금 상위 20개사 중 시가총액보다 순현금이 많은 회사는 신도리코(029530), KISCO홀딩스(001940)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은 기업의 가치보다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됐다는 것인데 시장이나 업황이 크게 흔들릴 때에도 투자나 배당 여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역으로 현금 활용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싸다고 덥석? 안 돼”..그래도 산다면 ‘가치주보다 성장주 유리’

기업이 청산할 때 가치보다 더 싸게 주가가 거래되는 종목들이 늘어나면서 저가 매수 시기를 가늠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PBR 1배 미만 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진 것은 투자를 안 하면서 성장성에 대한 신뢰 하락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이에 대한 디스카운트 요인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PBR이 저평가 상태라고 해도 덥석 물어서는 곤란하단 얘기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전체로 보면 투자자들이 자산 배분 관점에서 주식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주식을 꼭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경기와 무관한 성장주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하락할 경우 흔히 배당주나 우량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데 이들은 성장이 정체된 경우가 많아 시장 대비 초과수익률을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김 센터장은 “성장주 투자를 고민해야 하는데 사실 현재가 바닥인지를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당한 매수 시점을 알기 어렵다”면서도 “경기변동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성장주가 긍정적이고 이들은 주가가 잘 빠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NAVER(035420)카카오(035720)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NAVER(035420)는 지난 두 달간 23.3%나 올랐고 이달에도 6.9% 상승세다. 카카오는 4월 중순 이후 꾸준히 우상향 흐름을 보여 연초 이후 27.7% 상승세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홀인원' 했어요~
  • 우아한 배우들
  • 박살난 車
  • 화사, 팬 서비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