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최고기관인 대법원의 수장을 지낸 인물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는다. 71년 사법부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장면으로 기록될 오욕의 장본인은 양승태(71)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지 1년 11개월 만인 11일 오전 양 전 원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선다.
15대 대법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6월 “재판 관여나 법관 인사 불이익은 없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사법농단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칼끝은 양 전 원장을 향했다.
대법원장 재직 시절 그가 내건 기치는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이었다.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함에 있어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다 바칠 것을 다짐…재판의 독립 없이는 법원이 결코 그 사명을 완수할 수 없고 민주주의도 존속할 수 없음을 확신한다”(취임사) “정치적 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뤄낸 사법부의 독립은 무너질 것”(퇴임사)이라고 강조한 그였다. 하지만 국민과의 소통 대신 그가 선택한 것은 박근혜 정부와의 거래였다는 게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이다. 그 결과 40여년 몸 담았았던 자신이 사법부의 심판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