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규제를 위해 ‘청부입법’에 나섰다. 청부입법은 정부가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정부내 절차를 우회해 의원입법의 형태로 법안을 제출하는 관행이다. 가상화폐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과열되며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 입법 절차는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자칫 ‘실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총대를 메고 나설 의원들은 찾기가 어려워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가상통화거래소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가상통화거래를 업으로 하는 행위(자)를 사실상 유사수신행위(자)로 취급하는 가칭 ‘유사수신행위 등 규제법’을 의원입법 형태로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법안 내용은 정부가 모두 마련하되 형식만 국회 의원실 채널을 통해 제출한다는 얘기다.
유사수신행위란 금융업으로 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으면서 원금을 보장하며 자금을 수신하는 일종의 불법행위다. 결국 고객자산에 대한 별도 예치 등 소비자보호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가상통화업자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다루겠다는 의미다. 이는 이달 초 금융위가 관계부처 협의 끝에 가상화폐는 화폐·통화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하지만 선뜻 ‘지원자’가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여당 간사인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포함해 다수의 의원실과 법안 발의를 두고 타진에 나선 상태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법안을 발의해 줄 의원실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입법 내용이 해당 산업에 대한 지원보다는 규제에 가까워 의원들로선 ‘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계산 때문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전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의원실과 협의중”이라며 “조속한 입법의 필요성이 있는데 실기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가상화폐 시장은 투자자보호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한 4차산업혁명의 연관성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며 “입법을 급하게 서두르려다 오히려 부실입법을 양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