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오염수 브리핑' 박구연 국무1차장 퇴임…"믿어준 국민께 감사"

후쿠시마 오염수 브리핑 117회…역대 장차관 1위
“광우병 사태처럼 변질 우려…국민 이해하리라 믿어”
차분한 대응 국민 우려 낮춰…줄담배로 긴장풀기도
33년 공직생활 마무리 “아쉽지만 후배들 잘해줄 것”
  • 등록 2024-07-02 오전 5:00:00

    수정 2024-07-02 오전 6:46:08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전체적인 구조가 2008년 광우병 사건처럼 진행될 우려가 커서 바짝 긴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께서 정확히 이해하시면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해 관련 내용을 정확하고 빠짐없이 설명 드리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믿어주신 국민, 특히 어민들께 감사합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사진 = 연합뉴스)
오는 2일 33년 공직생활을 마치고 퇴임하는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차관급)은 후쿠시마 오염수 브리핑을 마치는 소감을 이같이 전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언론 브리핑을 총괄한 박 차장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27일까지 무려 117회(대면 108회, 서면 9회) 브리핑을 실시했다. 역대 중앙부처 장·차관 및 행정기관장 브리핑 횟수 1위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101회)보다도 많다.

지난해 6월 일본이 본격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준비하면서 국내도 천일염 사재기가 발생하는 등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일일브리핑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를 총괄한 것이 박 차장이다. 그는 100회가 넘는 대면브리핑 내내 차분하고 담백한 발언으로 돌발질문에 대응하며 대국민 우려를 낮췄다. 현재 7차 방류가 진행되고 있으나 오히려 수산물 소비는 증가하는 등 국민 불안은 크게 완화됐다.

그는 “국민께 신속하고 진정성있게 설명을 드리면 정부를 이해해주실 것이라고 믿고 시작한 브리핑”이라며 “특히 어민들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다행히 금방 이해해주시고 오히려 정부와 보조를 맞춰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제가 떠나도 정부는 방류시점 또는 돌발상황 발생 시 즉시 브리핑을 실시할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있으니 믿고 따라와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그도 브리핑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했던 모양이다. 국조실 관계자는 “브리핑을 전후해 정부서울청사 20층 흡연실에서 줄담배를 피우는 박 차장의 모습이 많이 목격됐다”며 “브리핑 횟수만큼 20층 방문기록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한 박 차장은 온화한 성품과 깔끔한 일 처리로 국조실 내부의 신망이 높다. 후쿠시마 대응 외에도 의대증원 갈등, 이태원 사고, 궁평 지하차도 참사 등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했던 굵직한 사건 대부분이 그의 업무였다.

박구연 국무1차장(가운데)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마지막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33년 공직생활을 돌아본 박 차장은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언제나 마치고 나면 아쉽다”며 “부처 칸막이를 없애면서 국조실 업무가 많이 늘어나고 있으나, 후배들이 이제는 많이 훈련이 됐고 잘하고 있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장은 퇴임 후 등산 등을 하며 몸을 추스를 계획이다.

다만 국조실 내부에서는 오염수 대응을 포함 정부의 무거운 과제를 앞장서서 대응했던 박 차장이 빈손으로 떠나는 아쉬움도 크다. 국조실 관계자는 “후배들은 그동안 박 차장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잘 안다”며 “국조실 후배들의 롤모델인 그가 어떤 인사상 혜택도 받지 못하고 떠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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