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味] 서울에는 '설렁탕', 평양에는 '어복쟁반'

  • 등록 2017-03-18 오전 6:11:00

    수정 2017-03-18 오전 6:11:00

서울 을지로에 자리한 남포면옥의 ‘한우어복쟁반’.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서울에 설렁탕이 있다면, 평양에는 어복쟁반이 있다”

어복쟁반이라고 들어는 봤는가. 놋 쟁반에 양지머리와 편육, 소 젓가슴살, 소혀를 넣고, 여기에 버섯 등 각종 채소와 함께 육수를 부어가며 끓여 먹는 음식이다. 평양 향토음식 중 하나다. 냉면, 어죽과 함께 평양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어복이라 불리게 된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려진게 없다. 다만, 우복(牛腹)을 잘못 발음한 것이 아닌가 추측할 따름이다. 이름처름 어복(漁腹)장국 이었다는 설도 있다. 나중에 소 내장에다 소 골수를 섞어 만들면서 현재의 쇠고기 어복쟁반으로 발전했다는 게다.

기원이야 어떻든 어복쟁반은 평양 시장에서 생겨나고 발달한 서민음식이다. 그래서 원래 어복쟁반은 쇠고기를 팔다 남은 잡고기와 잡 뼈를 넣고 만들었다. 잡 뼈로 끓인 설렁탕과 시작이 비슷하다. 물론 설렁탕도 시장에서 나고 발달했다. 시작은 비슷했으나 발달한 과정은 달랐다. 설렁탕은 곰탕을 물리치고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서 서민음식으로 발달했고, 어복쟁반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고급음식으로 변신했다.

상인들이 시장에서 흥정을 하면서 커다란 놋쟁반에 소 젓가슴살을 비롯해 각종 고기와 야채를 넣고 끓여 먹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이른 아침에만 파는 음식이어서 조금만 늦어도 먹고 싶어도 걱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평양시장 상인들의 해장을 겸한 아침이었던 게다. 제대로 맛을 내기 이해서는 젓가슴살, 유통(乳筒)이 들어가야 제 맛이다. 값이 싸니 상인들이 큰 돈 안들여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젖가슴 살로 어복쟁반을 끓였다. 젖가슴 살은 평소 접하기 어렵지만 쇠고기 다른 부위와는 또 다른 독특한 맛이 있다.

먹는 방법도 독특하다. 예전에 사용하던 세숫대야만큼이나 크고 넓적한 쟁반에 장국을 말아놓고 팔뚝을 걷어 부치며 고기를 집어 먹다가 쟁반 한 귀퉁이를 들어 국물을 마시는 것이 제 맛이라고 한다. 지금은 잘 꾸민 식당에서나 어복쟁반을 먹을 수 있지만 어쩐지 어복쟁반 속에는 재래시장의 정감이 물씬 녹아 있는 음식이다.

을지로 입구에 있는 ‘남포면옥’은 100년 된 한옥 인상적인 식당이다. 식당 입구에는 동치미 항아리가 제조 날짜를 적은 팻말과 함께 땅속에 묻혀 있다. 매일 담그는 동치미는 15일간 숙성해서 냉장했다가 손님상에 내는데, 무와 대파, 고추가 만들어내는 단순하고 개운한 맛이 쨍하게 시원하다. 3대에 걸쳐 50년 동안 오는 단골들은 옛날 고향에서 먹던 평양냉면 맛을 잊지 못해 남포면옥을 찾는다. 한우어복쟁반은 양지머리와 젓가슴살(유통), 두 가지 수육으로 푸짐하게 꾸며진다. 맑은 양지육수는 무한 리필이라 보글보글 끓이며 천천히 음미하는 즐거움이 있다. 따뜻한 국물을 떠먹으며 고기를 양념장에 찍어 먹는데, 버섯과 쑥갓을 곁들여 먹다 보면 느끼함도 사라진다. 고기만두를 추가해서 끓여 먹기도 하고 메밀면을 끓여 부드러운 면을 즐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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