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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그룹이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9년만에 또 한번 대대적인 쇄신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 △미래전략실 해체 △삼성 특검 이후 차명계좌의 실명 전환에서 발생한 이익금 환원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쇄신안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채용 및 인사 시스템을 포함해 ‘그룹’이라는 기존 구조를 완전히 혁신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해체의 당사자인 미전실이 그룹 단위의 인력 및 기능 조정 등 쇄신안의 로드맵을 만들어야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 때문에 ‘셀프 쇄신’이란 비난을 피하기 위해 미전실 완전 해체 이후 지주회사 전환 이전까지 한시적으로 오너와 각 계열사 이사회가 협력과 견제를 지속하는 유럽식 경영 모델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검 수사 종료 직후 나올 쇄신안은 미전실 주도
삼성 미전실 해체 시점은 지난 6일 오전 삼성전자의 전경련 탈퇴원 제출 직후 이뤄진 입장 발표를 통해 특검 수사 종료 직후로 결정됐다. 특검 수사는 1차 시한이 2월말까지로 황교한 대통령권한대행이 동의하면 30일 더 연장될 수 있다. 따라서 삼성 특검 당시 수사 종료 닷새 뒤 쇄신안이 발표됐던 전례로 볼 때 이번도 3월 초에는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지금 미전실 업무의 1순위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뇌물 혐의와 각종 의혹 해소고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전실 3인자인 김종중 전략팀장(사장)도 지난 8일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며 “(미전실 해체 및 조직개편은) 우리가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바 있다. 그러나 향후 삼성 쇄신과 미전실 해체와 관련한 실무적 부분은 미전실이 직접 주도해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삼성 고위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던 업무를 각 계열사로 배분할 기능에 대한 리스트 작성과 인력 재배치 등은 미전실만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전실, 셀프 개혁 논란 피할 쇄신방안 고심
문제는 삼성 쇄신 작업을 해체 대상인 미전실이 주도할 수 밖에 없다는 모순(矛盾)에 있다. 과거 삼성 특검 때도 이건희 회장 퇴진을 제외한 구체적인 쇄신 방안들은 당시 이학수 부회장 등 전략기획실이 주도해 발표했다. 이번에도 미전실이 팀별로 기능과 인력을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 영역별 핵심계열사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쇄신안은 애초 올해 5월 말쯤 청사진이 나올 예정이던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이 결정되기 전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한시적으로 오너 경영이 일반화 된 유럽의 이사회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주회사 체계가 확고한 미국과 달리 가족회사 중심인 유럽은 오너 등이 결정한 사안에 대해 각 기업의 이사회가 세부적으로 검토해 승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유럽 가전업계 강자인 ‘밀레’(Miele)는 비(非) 상장사로 오너 가문 2곳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데도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이사회를 오너 가문 출신 2명과 외부인 3명 등으로 구성, 만장일치가 돼야 통과시키도록 견제 장치를 두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삼성은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미전실 해체는 결국 핵심 계열사로 그 역할을 쪼개서 재배치하는 형태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로서 영역별 컨트롤타워 조직과 각 계열사 이사회 등이 함께 충분히 논의해 결정하는 유럽식 투명경영 방식으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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