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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서울 도심에 호텔이 줄이어 문을 열고 있다. 국내외 자본이 앞다투어 호텔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최근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호텔 건립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지원에 나섰다. 중국인관광객이 급격히 늘면서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부터다. 지난해 말까지 서울 도심에 새롭게 문을 연 호텔만 모두 58개. 이중 중구에만 24개에 이른다. 참고로 서울 시내 등록 호텔 수는 총 288개에 달한다. 2011년 말 기준 148개보다 94%가 늘어났다.
바야흐로 호텔 춘추전국시대다. 그만큼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나마 자금력을 앞세운 브랜드호텔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문제는 국내 토종 중소호텔이다. 브랜드호텔의 대규모 물량 공세와 마케팅이 가세하며 버티기에도 힘든 실정이다. 전략은 틈새공략이다. 브랜드호텔의 수세에 당당히 맞서고 있는 국내에 대표적인 강소호텔의 약진을 들여다봤다.
△45년간 명동 지킨 랜드마크 ‘서울로얄호텔’
중소호텔의 선봉에는 1971년 3월에 개장한 국내 최초의 순수민영호텔 서울로얄호텔이 있다. 개장 후 대표적인 맞선 장소로 이름을 떨치는 등 서울 중구 명동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 왔다. 지난 3년 간 투숙률이 3년간 90%에 육박할 만큼 인기도 여전하다. 최근 서울로얄호텔이 전면 개·보수를 단행했다. 서울 도심에 브랜드호텔과 비즈니스호텔이 속속 들어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서울로얄호텔의 주요 투숙객은 중국인관광객이 아닌 일본인관광객이다. 하지만 국내 일본인관광객의 비중은 나날이 줄어드는 추세. 그런 이유로 이번 리뉴얼은 편안함과 비용 대비 고급스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인관광객을 중심으로 호텔시장 수요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트렌드를 십분 반영한 것이다. 중저가 호텔을 선호하는 실속파 중국인관광객을 겨냥하면서도 고급호텔에서나 누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인관광객이나 내국인, 비즈니스 고객의 편의를 위한 시설도 확충했다.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내국인과 일본인 등 기존 투숙객과 중국인투숙객 둘 다를 잡겠다는 ‘투 트랙’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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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축적한 신뢰가 무기 ‘세종호텔’
50년 전인 1966년 12월에 개관한 중구 명동의 세종호텔도 꾸준히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호텔이다. 굳이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고 2010년부터 4년간 200억원을 투입해 시설을 개선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만들었다. 콘셉트는 ‘갤러리&부티크’. 객실과 로비, 레스토랑, 연회장 부대시설 등을 모두 개·보수했고 신축한 별관에는 사우나와 피트니스센터를 만들었다. 비즈니스센터, 미팅룸을 확충했으며 70여평의 호텔 로비 공간에는 세종갤러리를 들였다. 객실 10층을 갤러리 전용층으로 꾸며 호텔의 품격을 높이는 세세한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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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브랜드 중 두번째 5성급 ‘메이필드호텔’
서울 서쪽에는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이 있다. 32년 전 전통 한식당 ‘낙원’을 모태로 중소호텔에서 출발해 국내 토종 브랜드호텔 중 신라호텔에 이어 등급평가에서 두 번째로 5성을 획득한 ‘입지전적’인 호텔이다. 2003년에 개관한 지 10여년 만에 대대적인 개·보수를 진행하고 ‘에코 라이프스타일’로 리브랜딩을 마쳤다. 이를 위해 객실은 물론 호텔 전반에 시설을 확충했다.
건강한 휴식공간과 건강한 먹거리, 건강한 문화공간을 콘셉트로 삼았다. 친환경 건축자재인 마루로 객실바닥을 바꾸었고 조명은 LED(발광다이오드)로 전면교체했다. 식재료는 직접 재배한 친환경재료만 사용한다. 2박 이상 투숙한 고객에 침대시트 재사용을 권유하는 ‘해피 그린카드’도 비치했다. 메이필드 측은 “사계절 내내 도심 속에서 여가와 문화를 즐기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진정한 에코·힐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중소호텔의 약진에 대해 김철원 경희대 교수는 “최근 다국적·대기업호텔 브랜드의 공세 속에 국내 토종 중소호텔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급변하는 트렌드에 대처해 나가려면 지역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로 승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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