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확보 비상’ SK에코플랜트, 알짜 자산도 내놨다[마켓인]

유동성 모으려 우량 자산 급처분하는 SK에코플랜트
어센드 엘리먼츠 매각에 불리한 조건 줄줄이 감수
흔들리는 SK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울며 겨자먹는’ 구조조정
당분간 자산 정리 지속...계열사 줄줄이 나올 듯
  • 등록 2024-09-16 오후 4:20:00

    수정 2024-09-20 오전 10:25:04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재무부담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가 보유 중인 우량자산들을 시장에 풀기 시작했다. SK그룹의 구조조정에 발 맞춰야 하는 데다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까닭에 전략적으로 매입해뒀던 우량자산을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매각하는 모양새다.

지난 2022년 8월 박경일 당시 SK에코플랜트 사장(오른쪽), 마이클 오크론리 어센드 엘리먼츠 최고경영자(CEO)가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에코플랜트]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보유 중이던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 어센드 엘리먼츠 주식 922만3555주를 SKS 프라이빗에쿼티(SKS PE)에 9823만 달러(약 1316억원)에 매각했다. 지분 매각의 목적은 유동성 확보 및 재무 안전성 보강이다.

특이점은 SK에코플랜트는 어센드 엘리먼츠 지분 매각 과정에서 불리한 조건을 여럿 감수했다는 점이다. 어센드 엘리먼츠 지분 매각 거래조건에 투자자들에게 7%대 최소수익 보장 조건을 걸었고, 풋옵션까지 부여했다. 최저 수익 마지노선을 보강해주는 안전장치를 단 데다, 추후 재매각에 문제가 생길 경우 되사주기까지 하겠다는 이야기다.

투자자(LP)들에게 우호적인 조건을 여럿 내걸면 딜을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지만, 어센드 엘리먼츠가 시장 매력도가 상당히 높은 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알짜 지분을 매각하면서 불필요하게 저자세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어센드 엘리먼츠는 3년 내 미국 나스닥에 무리 없이 입성할 것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기반으로 고속 성장 중인 데다 현지 시장에서 주요 고객사를 확보, 입지를 탄탄히 다져나가고 있어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말 미국 내 대형 완성차 기업에 1조332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향후 공급 계약 규모가 6조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PO 동향을 지켜보다 매각 시점을 선택했다면,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수 있었을 모양새다.

SK에코플랜트도 1~2년 안팎 더 보유하면 상당한 투자 성과를 거두거나, 혹은 전략적으로 보유할 경우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사업 관련해 시너지가 상당했을 터다.

SK에코플랜트 내부에서도 이같은 점을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분 매각 거래 조항 중 하나로 SKS PE를 포함한 투자자들이 추후 어센트 엘리먼츠 지분을 정리할 때 내부수익률(IRR) 15% 이상을 달성할 경우 초과분의 40%는 SK에코플랜트가 넘겨 받게 해달라는 추가 조항을 달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딜이 구조조정 및 자금 확보에 급급한 SK에코플랜트의 내부 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급적 내놓고 싶지 않은 자산까지 복잡한 조건을 걸어가며 ‘울며 겨자먹기’로 팔아야할 실정임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다. SK에코플랜트는 우선 지난 2022년 1조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유치(Pre-IPO)에서 약속한 상장 기한(오는 2026년) 내에 재무건전성을 크게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SK에코플랜트 경영진이 단기간 내에 SK그룹 차원의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에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측면도 크다. SK그룹이 실적이 부진한 관계사 수장과 임원을 잇따라 교체하는 가운데, 구조조정 속도가 부진한 경영진 역시 같은 처우가 될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어센드 엘리먼츠는 사정이 나쁘지 않았으면 절대 내놨을리가 없는 지분이니, 재무 사정이 나아지면 되사오고 싶은 마음에 여러 조건을 걸기도 했을 것”이라며 “이 지분 외에도 여러 자산 매각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SK에코플랜트는 수년간 공격적인 지분 투자 및 환경·에너지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조정한 영향 등으로 차입금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243.3%를 상회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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