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해양수산업의 중심이고 스타벅스, 아마존 등이 본거지를 둔 기업도시라는 점에서 미국 시애틀은 경남과 닮았습니다. 시애틀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꼭 와보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버킷리스트’ 고장으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지난 4일 경남관광재단 2대 수장에 취임한 황희곤(사진) 대표가 밝힌 바람이자 포부다. 20여년 경력 교수에서 18개 시·군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하는 재단 대표로 변신한 그에게선 새내기 대표의 패기 못지 않게 노련한 전략가다운 기운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황 대표는 “먼저 18개 시·군과 도내 관광·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업계를 하나로 이어줄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2~3개 도시를 하나의 권역을 묶는 연계 관광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황희곤 경남관광재단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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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마이스분야에서 40년 넘게 활동한 황 대표는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대표적인 ‘양수겸장형’ 전문가다. 전체 경력이 절반인 20년간 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에서 전시컨벤션 실무경험을 쌓은 그는 2001년 한림대(컨벤션전시경영학과)로 자리를 옮겨 최근까지 21년간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경남 지역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은 생산라인 자동화로 과거처럼 일자리도 많이 나오지 않지만 무엇보다 2030 젊은 층의 환심을 사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서비스 산업인 관광·마이스를 활성화해 지역 인재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황 대표는 “경남은 관광·마이스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미완의 가능성을 지닌 곳”이라며 “지역을 상징할 브랜드와 킬러 콘텐츠 발굴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제조업 비중이 워낙 컸던 탓에 상대적으로 관광·마이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적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러면서 경남의 관광·마이스 인지도와 경쟁력을 단기간 끌어올릴 묘책으로 ‘산업관광’을 꼽았다. 산업관광이 한때 붐이 일었다가 식은 감이 있지만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수요가 높아 국제표준이 만들어질 정도로 주목받는 시장이라는 게 황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기계와 조선 그리고 항공·우주, 방위 산업 등 경남이 강점을 지닌 분야의 생산·제조 인프라에 포상관광, 기업회의 등 마이스 요소를 더해 차별화된 산업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내년부터 그동안 코엑스가 위탁운영하던 창원컨벤션센터 운영을 직접 맡게 된다. 황 대표는 “다음달 4일 설립 3주년을 맞는 재단이 명실공히 관광과 마이스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조직으로 여건을 갖추게 된다”며 “1963년 시애틀이 스페이스 엑스포를 열었던 것처럼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우주·항공 엑스포 개최도 구상 중”이라고 귀띔했다.
‘초광역’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지방이 서울 등 수도권과 맞먹는 인프라와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려면 협력의 범위를 광역 단위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전남과 경남, 부산, 울산으로 이어지는 남해안 경제권역은 규모와 보유한 인프라, 콘텐츠 측면에서 충분히 서울 등 수도권과 견줄 만하다”며 “해당 지역들과 긴밀히 협의해 관광·마이스 분야부터 초광역 권역을 구축해 보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