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5월,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이 통과된 후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대행의 말입니다. 법과 제도가 선진화된다 해도 국회의원의 개선 의지와 문화, 관행이 이를 뒷받침하지 않으면 이 제도는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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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 가장 뜨거운 검찰의 수사 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이른바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둘러싼 갈등이 ‘국회 후진’의 주 무대입니다. 물론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찰 개혁 중재안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의 원내대표가 수용하기로 하면서 극적으로 갈등이 봉합됐지만, 그 과정에서 나온 일부 움직임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민형배 (지금은) 무소속 의원의 얘기입니다.
‘양향자 카드’ 무산되자 ‘민형배 카드’ 꺼내든 민주당
안건조정위원회는 소수정당의 권리를 보장하는 핵심 제도 중 하나입니다. 안건조정위원 정원 6명은 여당 의원 3명, 야당 의원 3명으로 구성되고, 야당 몫 1명은 비교섭단체(무소속 포함)에 돌아갑니다. 민 의원이 이 중 한 자리를 차지해 4대 2 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 민주당이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기구를 무력화시키는 행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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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의도가 뻔한 움직임이었던 탓에 ‘꼼수 탈당’이라는 비판은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터져 나왔습니다. 당사자 격인 양 의원은 “다수당이라고 해서 자당 국회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원으로 하겠다는 발상에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민주당 내 ‘미스터 쓴소리’ 이상민 의원도 “고민이 있었겠지만 정치를 희화화하고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정치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민 의원은 “검찰 정상화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을까 싶어 용기를 낸다. 낯설고 두려운 길이지만 외롭지 않게 손 잡아달라”고 자신의 결정 배경을 설명했고, 우원식 의원도 “민형배 의원의 불가피한 선택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같은 ‘꼼수 탈당’은 여야가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국회의 시계가 10년 전으로 돌아가 버린 이 상황, 누더기가 돼 버린 국회의 제도, 그리고 신뢰는 다시 되돌리기 어려워 보입니다. ‘정치 문화와 관행이 선진화돼야 선진 국회가 된다’는 10년 전의 말을 곱씹어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