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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50, 600, 1000 이라는 숫자
2022년 예산안이 발표됐다. 예상은 했지만 드디어 본예산 기준으로 처음으로 600조원이 넘는 예산안이 제출됐다. 2021년 2차 추경이 604조9000억원이므로 600조원 예산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총재정 지출은 2001년 100조원을 넘어선 이래 200조원까지 4년, 300조원까지 6년, 400조원까지 6년, 500조원까지는 3년 만에 도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는 재정규모를 단 1년 만에 100조원대가 늘어나게 할 만큼 큰 영향을 준 대사건이다.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국가채무비율 역시 처음으로 50%가 넘었다. 아울러 국가채무 규모도 1000조원 시대가 개막됐다.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러 측면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살펴보자.
지속가능한 재정에 대한 시각
따라서 2022년 국가채무비율 중 적자성 채무만 반영할 경우 진성 국가채무비율은 32.2%에 불과하다. 향후 기획재정부에서 금융성 채무와 적자성 채무의 산출과 표기 방식을 보완해 분류한다고 하니 국가채무 통계에 대한 투명성이 보다 높아질 것이다. 진작 그랬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외에도 국가채무 만기구조의 장기화, 이자 지급 비용의 하향 안정화, 경제성장률이 이자율보다 높다는 전망, 국채에 대한 내국인 보유 비중이 외국인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순대외채권국이라는 사실 등을 고려하면 일각에서 말하는 재정위기에 의한 경제위기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위기탈출과 새로운 회복의 시작을 알리는 재원배분
둘째, 이렇게 빠르게 늘어난 600조원대 예산안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2021년 4.3%, 2022년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근 2년 동안 소상공인들을 비롯한 서민경제의 경제적 기반은 빠른 속도로 무너져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경기회복이 이뤄지는 이른바 K자형 경제회복을 생각해 보면 재정정상화를 추구하는 것은 아직은 성급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 사회의 불평등 완화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서 복지·보건·노동 분야가 내년도 예산의 3분의 1 이상(35.9%)을 차지하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다. 향후 인구고령화를 생각한다면 이 분야에 대한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약방의 감초, 재정개혁과 지출효율화
마지막으로 600조원 재정시대를 열었지만 여전히 효율적 재정지출을 위한 재정개혁은 필요하다. 앞으로 국회심의 과정이 남았지만 비효율적이고 관행적인 지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며, 국세감면 한도율의 법정 한도를 초과하는 비과세감면 부문도 잘 살펴서 축소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출 구조조정의 경우에는 재정지출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국고보조금 사업이나 여타 재정사업의 경우 유사중복 사업이 발견되면 부처와 사업 단위에 예외를 두지 않고 통폐합하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재정사업 성과 평가의 결과는 차년도 예산에 반영하는 것 등 재정개혁이 선행돼야 600조원 예산, 50% 국가채무비율, 1000조원의 국가채무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