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산책로를 방문한 중구 필동 주민 김 모씨(38세·여)는 “남산에 운동하러 오는 이유는 좋은 공기를 마시려고 하는 건데, 지나가는 관광버스에서 나오는 매연이 심해 마스크 없이는 못 다닐 지경”이라며 “대기질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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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허파인 남산도시자연공원이 대형관광버스 진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05년 남산도시자연공원에 일반승용차 택시 통행을 금지한데 이어 지난 29일에는 서울 도심 한양도성 내부 녹색교통지역을 달리는 녹색순환버스까지 운행에 나섰다. 남산공원은 도심 속 자연 휴식처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관광버스 진입은 허용해 보행자 안전과 미세먼지 대응이 모두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남산공원 오가는 관광버스 하루 160대꼴…주차장선 공회전 일삼아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남산공원에 진입한 관광버스는 하루 평균 160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5년 관광버스에 차량통행료 6000원을 부과하기 전 22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27% 줄어든 수치지만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50% 급감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감소율은 이보다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이 뿐 아니라 정상에 오르자 대기질 악화의 주범인 공회전 차량이 버젓이 주차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공회전은 5분이 넘으면 단속에 걸리는데 이날 동남아 관광객을 태운 전세버스는 임시 안내센터 앞 주차장에서 손님을 내려준 뒤 이들이 N서울타워를 둘러보고 나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단속의 손길이 느슨한 틈을 이용해 배짱 운행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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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보호·미세먼지 줄인다지만…관광객 편의 봐주기 `엇박자`
아울러 역사 유적 보존과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도시 심장부에 관광버스 진입을 막고 있는 관광 선진국들의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탈리아 로마시는 시내버스 등 시에서 통행을 허가한 버스나 차량만 운행 가능하다. 관광객을 태운 투어버스는 사실상 도심을 주행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여행업계 설명이다.
한 해외투어 전문업체 관계자는 “프랑스 파리 역시 개선문 주변은 진입이 가능하지만 샹젤리제 거리와 샤뜰레 레알지구 등은 관광버스 진입이 어렵고 앞으로도 큰 버스에 대한 통행제한이 점점 심해질 것”이라며 “서울처럼 관광객의 편의를 봐주는 도시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차량통행료 부과를 통한 억제책이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하며 적극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산공원은 서울의 랜드마크인 만큼 당장 눈앞의 수익에만 급급하기보다 생태보전과 대기질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외국인 관광객 여행 일정이 빡빡하다는 이유로 디젤차량인 관광버스 진입에 예외를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친환경 대체 교통수단 확충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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