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서지 바가지요금, 범죄나 마찬가지다

  • 등록 2018-08-07 오전 6:00:00

    수정 2018-08-07 오전 6:00:00

휴가철 바가지요금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펜션이나 민박 숙박료가 평소보다 2~3배 비싼가 하면 음식값도 터무니없게 책정돼 있다고 한다. 시원한 물놀이 계곡마다 그늘막과 돗자리를 치고 자릿세를 받는 작태도 여전하다. 여기저기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올 만하다. 잠시나마 폭염을 피해 가족들과 함께 쉬러 갔다가 바가지 상혼에 되레 더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오기 일쑤다.

말로는 앞으로 틀림없이 고치겠다고 하면서도 이처럼 바가지요금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눈앞의 돈벌이에만 급급한 일부 악덕업자들의 탐욕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단속 의지도 문제다. 해마다 휴가철이면 바가지요금을 철저히 단속해 엄중 처벌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바가지 업주를 못 잡는 건지, 일부러 안 잡는 건지 모르겠다.

바가지요금은 국내 여행객들을 해외로 내모는 요인이기도 하다. 나라경제를 좀먹는 독버섯과 같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바가지를 쓰느니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속 편하게 아예 해외여행을 즐기겠다는 실속파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1년간 일반여행수지 적자가 약 32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게 이런 세태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해외여행에 뿌려지는 돈의 일부나마 국내 소비로 돌릴 수 있다면 우리 내수시장 활성화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지자체마다 고향 농어촌에서 휴가를 보내자며 국내여행 장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지갑을 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바가지 상혼이 기승을 부리는 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여행객이 되돌아오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바가지요금은 국내 여행에 한정된 문제만도 아니다.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찾고 싶도록 하려면 볼거리와 즐길거리 등 관광 콘텐츠를 확충하고 교통·숙박시설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에 못지않게 바가지 상혼을 퇴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침체된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바가지요금은 뿌리 뽑아야 한다. 바가지요금은 범죄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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