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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 이호리 하촌마을. 46호 약 120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최근 크고 작은 태양광발전 패널이 부쩍 늘었다. 농업인 이성철(70) 씨가 지난 2015년 집과 땅을 담보로 2억원을 빌려 양돈(돼지) 축사 위에 100㎾ 남짓 1호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게 출발점이다.
이씨는 1호기 설치 후 추가 대출을 받아 옆 밭에 태양광 패널 2~3호(총 300㎾)를 잇따라 설치했다. 정부 혜택이 늘어나면서 설치비용은 1호기당 1억5000여만원으로 줄었다. 이를 본 이웃도 하나둘 설치하기 시작했다. 농경지와 별개로 집 지붕 위엔 3㎾짜리 소규모 태양광 패널도 속속 들어섰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 600만~700만원에 설치할 수 있다.
“100㎾에 월 50만~60만원…고령농 퇴직 연금격”
이 씨는 “노후 보장이 될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정부와 태양광 업체는 마을회관을 돌며 설명회를 펼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관심을 둬 온 이씨는 1호기 설치 후 확신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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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나이를 먹어 언제까지 농사지을 수 있을지 모르는데 해마다 키우던 농산물 가격은 들쭉날쭉하다”며 “안정적 수익은 태양광 발전 수입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도 애써 키운 수박을 모두 내다 버렸다. 가격이 너무 떨어지면서 아무도 사 가질 않았다. 젊은 농부들은 어려운 시기에도 인터넷에서 잘 판매한다지만 이 마을에는 그런 ‘신기술’을 가진 사람은 없다.
1남2녀 키우고 먹고살다 보니 모아둔 돈도 없다. 태양광 패널은 물론 집도 다 빚이다. 이씨 옆집에 사는 여든 어르신은 몸이 아파 매일 병원에 출퇴근하다시피 하면서도 여전히 농사를 짓는다. 고령화한 농촌의 현실이다. 이 마을에서 가장 젊은 ‘청년’인 하촌마을 이장 최훈구씨도 올해로 벌써 예순넷이다. 이장 최씨는 “10년 지나면 우리 마을 사람 모두 80~90세가 된다”며 “태양광 발전을 농업·농촌에 대한 사회복지 정책으로 활용하면 농촌 노후대책도 되고 정부 전력 수급이나 친환경에도 도움이 되니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농민 한정하면 난개발 걱정無…규제 더 풀어야”
외지인 유입에 따른 난개발 우려도 있다. 태양광 발전을 ‘재테크’ 쯤으로 여기는 외지인이 우후죽순 대규모 태양광 패널 설치에 투자하고 있다. 이웃마을에도 1000㎾짜리 대규모 태양광 패널이 들어섰다. 추산 설치비만 15억원 이상, 개별 농가에선 엄두도 낼 수 없는 규모다. 농가는 이들에게 한국전력 선로마저 뺏겼다. 인근 마을에서 태양광 사업에 반대하는 건 이런 사연 때문이다.
하촌마을 이장 최씨는 그러나 절대농지 패널 설치 등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가로 엄격히 제한하면 난개발 우려는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을) 순수 농업인·농촌 대책으로 삼아 농가에만 200~300㎾씩만 허용해 준다면 난개발을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며 “옆집 세끼 반찬이 뭔지도 다 아는 농촌에서 외지인의 편법 유인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지을 수 있는 곳은 굳이 농지가 아니어도 된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염해지 땅도 많다”고 덧붙였다. 농가 제한을 전제로 태양광 발전 관련 규제를 더 풀고 혜택을 늘리면 정부는 정부의 바람대로 친환경 발전량을 늘리고 농촌은 농촌대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씨는 “어차피 쌀 소비는 줄어드는 만큼 ‘절대농지’(농업진흥지역)도 그에 맞춰 줄어들어야 한다”며 “절대농지 내 소규모 태양광 패널 설치는 허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0~200㎾까지는 장기 저리로 대출해준다면 더 많은 농가가 신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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