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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만에 거래 성사…수억원 높은 가격에도 계약
5일 서울 강남권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통합 재건축되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에서 지난달 25일 이후 10건 이상의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작년 8·2 부동산 대책과 9·5 후속조치를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 성남시 분당구, 세종시,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서 이들 지역 내 소재한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의 거래를 막았다. 갑작스러운 매매 제한으로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하자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개정을 통해 10년 이상 소유하고 5년 이상 실거주한 1주택자는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 이주 등의 예외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예외가 적용된다.
장기 보유자 매매가 허용된 이후 신반포3차 전용 99.29㎡가 반년 만에 거래됐다. 9층 매물이 19억 8000만원에 팔렸다. 작년 8·2 대책 발표 직전 17억 9000만원(11층), 18억원(2층)에 매매된 이후 반년 만의 첫 거래에서 10% 오른 가격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전용 99.45㎡는 상승폭이 더 컸다. 작년 12월 말 19억원에 팔렸던 해당 평형은 불과 한달 만에 3억 5000만원 뛴 22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반포동 K공인 대표는 “바로 길 건너에 있는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형 시세가 최근 6개월 새 4억원 이상 올랐다”며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도 피했고 사업 진행 속도도 빠른 점을 감안하면 주변보다 1억~2억원 싸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추가 부담금 감안해도 이익”… 매물 흉년 속 희소가치 ↑
작년 7월 12억 9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던 신반포11차 전용 76.4㎡는 지난달 4억원 넘게 뛰어오르며 순식간에 17억원을 찍었다. 신반포19차 전용 108.01㎡도 매매가 묶이기 전 13억 200만원에 거래됐다가 최근 15억 4700만원으로 몸값이 뛰었다.
다만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모두 거래 호재를 만난 것은 아니다. 아직 조합을 설립하지 않았거나 사업이 지연돼 매매 거래가 가능한 재건축 단지들은 오히려 거래가 얼어붙었다. 정부가 강남 재건축발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 재건축 연한·안전진단 강화 등 추가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다 올해 부활한 재초환을 피하지 못한 단지들은 조합원 1인당 수억원의 부담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작년 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재초환을 피했지만 최근 정부가 서울 각 구청에 관리처분인가 승인 절차를 철저히 하라고 압박하면서 반려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조합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반포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반포1단지 1·2·4주구는 만약 재초환이 적용된다면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 이상의 부담금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조합원들이 매일같이 서초구청에 몰려가서 빨리 인가를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당분간 정부의 규제 칼날을 피하기가 어려운데다 신총부채상환비율(DTI) 시행과 금리 인상 등으로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고점을 잡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재건축 사업 이후에는 자산 가치가 오르겠지만 사업 일정과 투자 기간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