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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툴리눔톡신(일명 보톡스) 국내 제조사인 메디톡스는 지난달 경쟁업체에게 보톡스균의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를 촉구하는 TV광고를 방영했다. 생화학무기로 지정된 보톡스균을 경쟁업체들이 훔쳐갔다는 의혹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달 초 만난 정현호(56) 메디톡스 대표이사는 “공장 근처 마굿간이나 썩은 통조림에서 균을 찾았다고 주장하는데 그리 쉽게 찾아지는 균이 절대 아니다”라며 “세계적 제약사인 존슨앤존슨도 보톡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철수했을 만큼 개발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마굿간서 균 찾았다는 경쟁사 출처 의심스러워
세계적으로 보톡스를 만드는 회사는 미국 엘러간(보톡스), 프랑스 입센(디스포트), 독일 멀츠(제오민), 미국 솔스티드 뉴로사이언스(마이아블록), 중국 란주생물학연구소(BTXA)를 비롯해 국내의 메디톡스(086900)(메디톡신), 휴젤(145020)(보툴렉스), 대웅제약(069620)(나보타), 휴온스(243070)(휴톡스) 등 9개사다. 엘러간이 세계 보톡스 시장의 75%를 석권하고 있고 입센(15%), 멀츠(7%), 메디톡스(2%) 순이다.
국내 시장은 메디톡스(40%), 휴젤(30%), 엘러간(10%), 대웅제약(8%) 순이다. 이들이 쓰는 보톡스균 대부분은 이를 처음 발견한 미국 위스콘신대학이 고향이다. 정 대표는 “경쟁사가 2013년 보톡스를 출시했을 때 균의 출처가 궁금했다”며 “그 자체가 학술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논문을 기대했지만 회사는 회사기밀이라는 이유로 논문을 한 편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보톡스균은 380만여개의 유전자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효과를 내는 유전자 순서 정보 1만2912개가 메디톡스의 보톡스균 정보와 정확히 일치했다.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유전자 순서 중 두 곳이 불일치한다. 정 대표는 “마굿간에서 얻은 보톡스균이 우리 균과 일치할 확률은 쨍쟁하게 맑은 날 벼락을 두 번 연속으로 맞을 확률”이라며 “지난해 학회장에서 경쟁사의 ‘보톡스균 발견자’를 만나 몇 마디 나눴을 때 직접 발견한 게 아니라는 확신이 굳어졌다”고 말했다.
◇액상형 보톡스, 내성 없는 보톡스 자체 개발
메디톡스는 세계 보톡스 제조사 중 가장 기술력이 우수한 곳으로 꼽힌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액상형 보톡스인 ‘이노톡스’를 개발했다. 메디톡스가 이노톡스를 개발하기 이전에는 보톡스는 가루형태로 이를 식염수에 섞어서 주사했다. 보톡스균은 액체와 만나면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건조분말 형태로 병원에 납품하면 병원이 주사 직전에 식염수를 섞었다. 정 대표는 “희석시키면 24시간 이내에 모두 써야 하고 섞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용량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며 “상한 식염수 때문에 보톡스 주입 후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보톡스균을 키울 때 돼지에서 추출한 물질로 키우기 때문에 중동 같은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쓸 수 없었다. 메디톡스는 동물 대신 광물의 미네랄을 이용해 보톡스균을 배양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안정제를 섞지 않기 때문에 일부 제품은 유효기간 3년을 허가받았다. 이 기술은 보톡스 개발사인 엘러간이 지난 2013년 3억6200만 달러(약 4000억원)에 기술이전해 갔다. 정 대표는 “엘러간이 보톡스를 개발한 1990년대에 액상보톡스를 만들다 포기했을 정도로 까다로운 기술”이라고 말했다.
◇경쟁사 코 앞에 사옥 마련 “경쟁사 견제 아니다”
시장에서는 메디톡스가 지난해 1284억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2015년(885억원) 대비 40%가 넘는 성장이다. 지난해 예상 영업이익은 734억원으로 매출의 약 60% 정도나 된다. 정 대표는 “시장에서 원하는 양을 맞추기에 역부족일 정도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11층짜리 사옥을 마련했다. 이전에는 서초동에 건물 3개에 나뉘어 있었다. 규모가 커지고 업무공간이 줄어들면서 회사는 1년 전부터 사옥자리를 물색했다. 메디톡스는 올해 수원 광교에 연구개발 센터를 오픈한다. 이를 기점으로 연구인력도 현재의 두 배인 200여명 수준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