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株 대규모 유상증자 릴레이…하반기 시장 달굴까

이달 17곳 상장사 유증 결정…바이오 업체 다수
성장주 투심 개선에 자금조달 수요 확대
에이프로젠바이오, 유증 결정 후 '上'…SK바사 8%↑
기술이전 성과·美 생물보안법 수혜주 주목
  • 등록 2024-07-10 오전 5:20:00

    수정 2024-07-10 오전 5:20:00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증시가 상승세를 나타내자 적극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사업을 확장해온 바이오 기업들의 성과가 하반기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하며 글로벌 기술 이전 모멘텀을 보유하거나 미국 생물보안법 통과 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업체가 두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진이 IT 최적화 시스템을 활용해 실험 설계를 논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7월1~9일) 실행된 유상증자 결정 공시는 17건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에선 3건, 코스닥에선 14건의 유상증자가 각각 결정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1건씩 총 2건의 유상증자가 결정된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하반기 들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003060)는 지난 4일 총 6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거래 상대는 모회사인 에이프로젠(007460)이며,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6607만7696주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에이프로젠의 항체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독일 클로케그룹(Klocke Holding GmbH)을 상대로 757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발행되는 주식은 보통주 151만9543주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757억원과 보유 현금 2630억원을 바탕으로 독일 클로케 그룹의 백신 CDMO 회사인 ‘IDT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하기로 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지난 2일 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한국산업은행 외 6인을 상대로 1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하는 주식수는 전환우선주 577만8196주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차세대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에 나선다는 전략을 꺼냈다.

바이오 업체들이 하반기 들어 연이어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 속 성장주에 대한 시장의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오는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 확률을 77.4%로 점쳤다. 지난달 말 예상 확률(57.9%) 대비 20%포인트가량 상승한 수치다.

자금 조달을 결정한 업체들의 주가도 긍정적이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유상증자 결정 후 다음 날인 지난 5일에 상한가로 마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유상증자를 공시한 지난달 27일 전일 대비 8% 상승해 장을 마쳤으며, 에이비엘바이오는 유상증자 결정 이후 다음 날인 지난 3일 11% 넘게 뛰었다.

증권가에선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개선으로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기술 수출 성과를 낸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민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글로벌 성과가 기대되는 업체들의 모멘텀에 주목해야 한다”며 “임상 결과 도출을 앞두고 있으며 글로벌 관심도가 높은 기술과 적응증(당국으로부터 허가받은 치료 효과)을 개발하는 업체에 긍정적인 흐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에 적대적인 바이오 기업을 규제하는 생물보안법 통과는 국내 CDMO 기업들에 반사수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생물보안법을 통해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국 기업과의 관계 지속에 대한 리스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 일본, 인도 등 다른 CDMO 기업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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