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조금 큰 사고가 났겠거니 싶었는데 눈앞에서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길바닥에 깔려 있고…사람들은 뒤엉켜 빠져나오질 못하고…길 가던 시민들이 심폐소생술을 하고…그런데도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일주일 앞둔 2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골목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의 길’에 추모 메시지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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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당시 출동한 소방·경찰·구급대원 다수는 1년이 흐른 이날까지도 불면증과 악몽, 공황장애, 식욕부진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소방청이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구조 활동에 참여한 뒤 트라우마 치료를 받는 소방관은 131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1일 서울 소재의 한 소방서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한 구급대원 윤모(45)씨는 참사 당일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을 동료로 두고 있다. 그는 “(동료들이) 평소와 똑같이 잘 지내다가도 이태원 얘기만 나오면 급격히 어두워진다”며 “쉽사리 이야기하길 꺼린다”고 밝혔다.
윤씨는 참사 당일 출동한 대원들이 심각한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도 출동 때 심정지 환자를 만나면 ‘조금만 빨리 발견되거나 현장 상황이 좋았다면 살 수 있었을 텐데’란 안타까움이 들 때가 있다”며 “그런데 이태원 참사는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많은 분들이 길바닥에 쓰러져 계시지 않았나. 그저 사망자들을 인근 장례식장으로 이송하는 역할만 계속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당시 구급대원들이 구급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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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이후에도 소방·경찰·구급대원은 스스로 돌볼 시간도 없이 평소처럼 근무에 나서야 했다. 윤씨는 “힘들어서 병가나 휴가를 쓰겠다고 한 직원은 없었다”며 “힘들다는 표현 자체를 거의 들은 적이 없고, 워낙 출동이 많고 몸이 지치니까 정신없이 생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동의 후유증을 또다른 출동으로 덮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출동 건수가 많은 센터의 경우 구급차 한 대당 하루(24시간) 출동 건수가 20건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반면 인명구조와 화재진화를 위해 출동할 때 받는 ‘출동가산금’은 건당 3000원(일일 최대 3만원, 3회 초과 때부터 적용)으로 수년째 묶여 있다.
윤씨는 정부가 참사 당시 출동한 대원들에게 심리치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업무과 과중해 생기는 문제와 근무체계, 후생복지에도 조금 더 신경 써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윤씨는 올해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인파 및 안전 관리와 관련해 “질서를 지켜주시고 사람이 갑자기 몰릴 경우에는 신고를 잘 해달라”며 “구급대원은 현장에서 시민들을 병원까지 안전하게 모셔다드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저희의 협조 요청에 잘 따라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