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한때 문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했던 교육대학(교대)이 위기에 봉착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신규 교원 임용 규모가 줄어들며 교대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감소하고 있다. 교대 입학정원 감축에 따른 등록금 수입 감소도 예고되며 교대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 전국에서 모인 교대생들이 지난 3월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교육 전문대학원 도입 철회, 기간제교사 확대 정책 중단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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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고 겪는 교대들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대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 종로학원이 2023학년도 정시 합격선을 공개한 교대 6곳을 분석한 결과 모든 교대가 지난해 대비 합격선이 하락했다. 특히 전주교대의 경우 2022학년도 790.36점에서 2023학년도 765.36점으로 25점이 하락했다. 부산교대의 경우 지난해 정시 모집에서 수능 4개 과목 평균 4.25등급인 학생이 합격했다.
대입 경쟁률도 낮아졌다. 전국 10개 교대와 3개 초등교육과 수시 경쟁률은 2022학년도 6.1대 1에서 2023학년도 5.2대 1로 하락했다. 정시 경쟁률 역시 2022학년도 2.4대 1에서 2023학년도 2대 1로 소폭 내려갔다.
신규 초등교사 채용 감축으로 교대 신입생 모집이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달 24일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하며 초등교사 신규 채용을 올해 3561명에서 2027년까지 최대 961명(27%)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올해 선발 규모가 교대 입학정원(3847명)보다 작은 상황에서 선발 규모가 줄어들 경우 교대에 대한 선호도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교대가 느끼는 재원 부담 역시 큰 상황이다. 올해 교대 중 가장 등록금이 높았던 대구교대의 경우 1년 기준 371만원으로 국공립대학 평균(42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경인교대·광주교대·대구교대·부산교대·전주교대·진주교대·청주교대·춘천교대 등 교대 8곳이 등록금을 인상했음에도 평균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 전국교육대학생연합 관계자들이 지난달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부의 교사 신규채용 감축 등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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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동결된 교대 정원
교육계에서는 교대 위기의 배경으로 10년 넘게 동결된 교대 정원을 지목한다. 교대 정원은 2006년 6224명에서 꾸준히 감소하다 2012년(3848명)에 멈췄다. 올해 교대 정원은 3847명으로 12년째 사실상 동결됐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교육학과 교수)은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연도별로 교대 정원을 계획적으로 감축했어야 했다”며 “지금의 위기는 이를 방치한 교육부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교사 채용 규모가 계속해서 줄어들었지만, 교대 정원이 유지된 결과 지난해 초등교원 임용시험 합격률(48.6%)은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교대들은 정원 감축에 대해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교원 채용이 감소함에 따라 교대 정원 역시 줄여야 하지만 정원 감축에 따른 등록금 수입 감소로 재정적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 교대 관계자는 “교대는 특수목적대학이기 때문에 일반 대학들처럼 부대 수익을 올리기 힘든 구조”라며 “등록금 수입마저 줄어들면 대학 운영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대총장협의회와 논의해 이달 안으로 교대 정원 감축 규모를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교대 측은 교대 정원 감축에 대해서 동의하고 있지만 등록금 수입 감소에 대한 교육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대 측에서는 등록금 감소분에 대한 보존을 요구했다”며 “현재 이를 포함해 다양한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