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공 행진하고 있는 컨테이너선 운임이 올해도 여전히 강세를 띨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장기화가 초래한 주요 항만의 물류 병목현상이 사라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면서 선박이 부족한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해운 시황 분석 전문기관 MSI는 최근 발간한 분기보고서에서 올해 컨테이너선 수요를 2억2760만TEU(1TEU는 6m여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전년 대비 4.2%(930만TEU)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컨테이너선 공급은 4.3%(100만TEU) 늘어난 2580만TEU에 이를 것으로 점쳤다.
MSI는 이를 토대로 “올해 컨테이너선 수급 불균형 현상이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공급망 정체의 장기화가 생산성 저하를 유발해 운임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운임이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할 순 있지만, 새로 건조된 컨테이너선이 시장에 공급되는 내년까진 고(高) 운임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세계 각국이 컨테이너선 공급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주요 항만에서의 정체가 실질적인 선복 공급량을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주 서안 등 일부 항만에서의 물류 병목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8일 기준 미국 서안의 대표적인 항구인 LA·롱비치항에 접안을 기다리고 있는 배만 총 90척에 달할 정도다.
|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항구 인근 해역에 화물선이 모여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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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국해양진흥공사도 지난달 펴낸 ‘2021년 KOBC 연간 해운시황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해운 운임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원인으로 ‘물류 병목현상’을 지적했다. 공사는 “현재 시장에 투입된 컨테이너선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치가 아니다”라며 “문제는 세계 각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물류 적체와 이에 따른 실질 선복 공급량 감소”라고 분석했다.
공사는 이어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화돼 선박의 운항 효율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 약 10~20%가량의 선복 증대 효과가 발생해 운임 하향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물류 병목현상 해소에도 제법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컨테이너선 시황의 급격한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사는 미국 항만 노동자 단체인 국제항만창고노동자조합(ILWU)과 항만 운영사 단체인 태평양해사협회(PMA) 간 노사 협상 등이 올해 공급망 정상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사 관계자는 “미국 항만 노사 간 계약이 내년 7월 만료돼 신규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2014년 협상 결렬과 파업으로 미주 운임이 폭등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