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내가 브리태니커 사전을 잘 팔 수 있을까 하고 반신반의했죠. 그러니 고객을 만나 구매를 설득할 때 고객이 ‘바쁘다’, ‘유익한 게 없다’고 외면하면 뭐라고 더 달려들 수 없더라고요. 궁리 끝에 얻은 결론은 내가 브리태니커 사전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어야 어떤 상항에서도 고객을 설득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브리태니커 사전을 몇 번 통독하니 실제로 재밌더라고요. 만물박사가 된 느낌도 들고요. 그때부턴 고객을 만나면 자신감이 생겼어요. 판매를 크게 늘렸죠.”
그는 “자신도 확신이 없는 책을 어떻게 고객에게 넘기느냐”며 “판매원이 자기 확신을 갖고 있지 않으면 백전백패”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자신만의 ‘성공 코드’를 갖고 있는 확신범이었다. 그는 입담이 좋다. 판매원 시절 재치와 패기로 고객을 설득했다는 얘기도 떠오른다.
그는 사업초기부터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그런 자양분이 6년 전 코웨이를 팔아 웅진이라는 큰 집을 지켰고, 절치부심 끝에 다시 품으로 거둬들이는 드라마를 썼다고 본다. 올해 73세의 그에게 ‘뚝심 기업인’ ‘오뚝이 기업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줘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게임은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야구는 90% 정신력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당신을 결국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된다.”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스타 요기 베라의 명언을 기업경영에서 실천하고 있다.
기업에도, 기업가에게도 길흉화복(吉凶禍福)이 있게 마련이다. 윤 회장은 씽크빅의 성공을 발판 삼아 코웨이를 세웠고 렌털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만들었다. 2012년 기준 자산규모 7조1000억원, 재계 30위권의 웅진그룹을 일궈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수한 극동건설, 서울저축은행 등의 부실이 커지면서 발목을 잡았다. 윤 회장은 2013년 웅진코웨이, 웅진케미칼, 웅진식품 등 알짜 계열사를 잇달아 매각하면서 웅진의 깃발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재계에선 웅진이 끝났다고 수군거렸지만, 6년여 만에 부도옹(不倒翁)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코웨이를 매각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윤 회장은 “지금은 어려워 내보내지만 코웨이를 꼭 되찾아 오겠다”고 말했었다.
윤 회장은 인수 확정 후 “한번 실패했지만 혼신의 힘을 바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걸 보여줘 기쁘다”며 “많은 중소기업인과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기업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통쾌한 반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