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뛰고 매물 실종"…규제 비켜간 부천 주택시장 들썩

9·13대책 이후 아파트값 0.7%↑…수도권서 가장 많이 올라
대출·청약규제서 벗어나 투자 매력
서울 접근 쉽고 공급물량 적은데다
전세가율 높아 갭투자자들도 몰려
  • 등록 2018-10-19 오전 4:00:00

    수정 2018-10-19 오전 4:00: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9·13 부동산 대책 직후에 강남 아줌마 부대가 부천시 상동과 중동 일대 주택시장을 싹 한번 훑으면서 알짜 매물을 모두 사들였습니다. 분양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절대 오를 것 같지 않던 기존 주택도 호가가 무섭게 뛰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싹 거둬들인 상황입니다.”(부천시 상동 G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집값 상승기에도 소외되며 ‘미운 오리새끼’로 취급받던 경기도 부천지역이 요즘 주택시장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끝판왕’으로 불리는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등 수도권 규제지역 주택시장은 관망세에 들어섰지만, 부천지역은 기존 아파트 매수 문의가 빗발치고 분양시장에는 강남권 투자자들까지 몰리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 모습이다. 대폭 강화된 대출·세제·청약 규제에서 벗어난 ‘규제 청정지역’이라는 점에 더해 지하철 1·7호선을 통한 서울과의 접근성, 경기도 다른 지역에 비해 공급 물량 부담이 없다는 게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또 다른 지역에 비해 전세가율(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편이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도 성행하고 있다. 그동안 공급이 뜸했는데 연내에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어서 내집 마련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강남 등 타지역 투자자들이 집값 올려놔”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집값 상승률을 보이는 곳은 단연 부천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13 대책 이후인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8일까지 부천시 아파트값은 0.70% 올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는 경기도 전체 평균(0.19%)은 물론 조정대상지역에 속하는 과천시(0.43%)와 성남시 분당구(0.27%), 남양주(0.00%)·하남(0.39%)·구리시(0.35%)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부천시는 이달 셋째 주에도 0.36% 올라 경기도 전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천이 경기지역 내에서도 전세가율(79%) 가장 높은 데다 세제(양도세 중과 배제) 및 대출(1주택자 이상 추가 담보대출 제한) 등 각종 규제에서 제외됐다는 점이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부천에서도 역세권 주변 개발 기대감이 높고 아파트 단지가 많이 몰려 있는 상동과 중동 주택시장이 심상치 않다. 지하철 7호선 상동역 인근에 있는 부천시 원미구 상동 ‘라일락대우·유림’ 아파트 전용면적 84.92㎡는 이달 초 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올해 초부터 9·13 대책 이전까지만해도 4억3000만~4억4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현재 시세는 5억2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9·13 대책 발표 이후 강남권 투자자들의 입질이 잦아지면서 호가가 수천만원씩 뛰었다”면서 “주변에 역세권 개발이나 GTX-B 노선(대곡~소사선) 개발 기대감이 있는 상황에서 규제가 비껴난 곳이라는 매력이 더해지면서 매수 문의가 꾸준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집값이 오를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투자자들이 몰리는 만큼 적어도 연말까지는 계속 뛸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 중동역과 붙어 있는 중동 팰리스카운티는 최근 최고 실거래가를 찍은 이후에 현재 거래가 없는 상황이다. 인근 G공인 관계자는 “얼마 전 전용 84㎡가 최고가인 5억4000만원대에 팔린 이후 매물이 아예 사라져 거래가 끊긴 상태”라며 “전세가격이 최소 4억원 이상으로 1억5000만원 정도만 있으면 매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직접 현금을 들고 와 매물을 찾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박병찬 리얼피에셋 대표는 “부천 지역은 경기도 다른 비조정지역에 비해 그동안 공급이 많지 않았고 그동안 시장 상승장에서도 소외됐던 지역이었다”며 “가격 갭 갭 메우기 차원에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컸는데 정부의 규제 대책이그 기간을 단축시킨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역세권 개발 기대감에 상동·중동 인기

분양시장 열기도 뜨겁다. 정부는 9·13 대책을 통해 규제 지역 내 신규 분양 단지의 추첨 물량 대부분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기로 했는데 비규제지역은 추첨제와 상관없이 1주택자도 동일하게 청약을 넣을 수 있다. 전매 금지 기간이 규제 지역에 비해 짧은 점도 투자 매력을 꼽힌다.

부천에서는 올 들어 아파트 신규 분양 청약자만 1만6000명(4개 단지 총 863가구 모집)이 몰리며 작년 청약자의 40배를 넘어섰다. 지난해 분양한 2개 단지가 순위 내 마감을 못하고 청약 미달이 나는 것과는 영 딴 판인 모습이다.

연내에는 다음달 부천 송내 1-2구역을 재개발하는 래미안 부천 어반비스타(831가구)을 비롯해 삼협연립 재건축 단지(224가구) 등이 신규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분양 관계자는 “노후아파트가 많다 보니 지역 내 갈아타기 수요도 많은데다 분양 계약 후 6개월이 지나면 분양권 전매도 가능해 시세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려는 투자자들이 꽤 많다”며 “아직 모델하우스를 열기 전인데도 하루 최소 100통이 넘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어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전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도곡PWM센터 PB팀장은 “정부가 공급 확대 차원에서 부천지역이나 인근에 공공택지지구를 조성할 경우 공급 과잉 가능성도 있는 데다 지금처럼 부천 주택시장이 들썩일 경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일 수도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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