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던 서울 전세시장이 최근 들어 들썩이고 있다. 전세 물건은 점차 귀해지고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8·2 대책과 9·5 추가 대책 등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로 집값 하락 전망이 짙어지자 내 집 마련 대신 전세로 눌러앉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매매 수요가 전세로 옮겨가면서 전세시장이 불안한 상태”라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서울을 중심으로 올 하반기 국지적 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매수심리 ‘뚝’…가을 이사철 앞두고 전세시장 ‘들썩’
1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4% 오르며 8·2 대책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맷값이 8·2 대책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다 6주 만에 0.01% 상승한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강북권에서는 특히 학군 수요가 뚜렷한 양천구와 노원구 등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뛰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주공 5단지 전용 58㎡형은 이달 들어 전셋값이 2000만원 올라 2억 7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동북선 경전철 개발 등의 호재를 보고 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이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 이후 전세 물건을 내놓으면서 한동안 매물에 여유가 있었지만 가을 이사철을 맞아 지난 주부터 전세 물건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에서는 재건축 이주 수요가 전셋값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올 하반기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이주하는 주택은 모두 4만 8921가구로 이 가운데 42%에 달하는 2만 462가구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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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입주 물량과 이달 말 국토부가 발표할 ‘주거복지로드맵’에 포함되는 전월세 안정화 방안이 전세시장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 하반기 입주 물량은 23만 3436여가구 규모로 전년 같은 기간(18만 3382가구)에 비해 27% 가량 크게 늘어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서울지역 입주 물량은 1만 1889가구로 재건축 이주 예정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에 비해 입주 물량도 적어 갈수록 전셋값 상승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세시장 안정화 카드로 내세우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월세 상한제는 전셋값 상승이 급등하는 특정 지역의 추가 상승을 막아 전반적인 전세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집주인에게 단기간에 전셋값을 끌어올리게 하고 장기적으론 임대 공급을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