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변화의 물결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유엔 미래보고서는 “현재 직업의 80%가 10년 내 사라지거나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지난달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영국 옥스퍼드대학 마틴스쿨 연구진은 “현재 7살 어린이 65%는 현존하지 않는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가 갖고 있고, 알고 있는 직업이 10년 늦어도 20년 후에는 사라질 것이란 사실은 두려움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벌써 사라질 직업을 대체할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연구들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고, 신성장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서 자율 운행 자동차나 드론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동산 신산업은 여기저기 마찰이 발생하면서 성장이 더디다. 트러스트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는 중개업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중개업 자격증이 없는 변호사들이 저가의 수수료를 받고 상담 또는 매물 소개 서비스를 하면서 공인중개사법 위반 논란까지 일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3일 강남구청에 트러스트의 공인중개사법 위반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했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숙박업도 올해 정부가 육성하려는 부동산 서비스산업에 포함됐다. 그런데도 원룸이나 오피스텔 같은 틈새주택은 공유 숙박을 할 수없게 했다. 부동산 종합서비스 회사 육성 계획도 가로막혀 있다. 이는 공인중개사와 주택임대관리업체, 인테리어업체 등을 하나로 연결하는 종합서비스 회사로 일본의 미쓰이부동산이 대표적이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개인 사업 위주인 한국과 달리 법인 형태로 중개사업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부딪혀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경우 문제를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 모바일 중개앱은 허위·불법·미끼 매물 정화가 안돼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변호사 집단의 중개서비스 경우 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조차 불법인지 아닌지 명확한 판가름을 못하고 있다. 공유 숙박업도 여전히 불법 사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부동산 서비스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과의 융합을 꾀하는 동시에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