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이미 오픈카지노를 전제했다고 봐야죠.” 지난주 연내 추가로 선정될 2곳의 카지노 복합리조트(IR·Integrated Resort) 사업자 입찰에 34개할의 기업이 출사표를 냈다는 뉴스를 들은 한 대학교수의 말이다. 이번 콘셉트 제안요청서는 사업자의 참여관심을 파악하는 게 목적. 복합리조트를 어떻게 짓고 운영하겠다는 일종의 제안서다. 이후 정부는 제안서를 면밀히 검토한 후 하반기에 사업계획서 제출을 재공고한다.
예상보다 많은 참여에 정부는 내심 반가워하는 기색이다. 이번에 선정할 2곳은 외국인 출입만 가능한 카지노 복합리조트. 시장성에 한계가 있다. 2013년 기준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곳의 총수입은 약 1조 4600억원으로 강원랜드(약 1조 4000억원) 한 곳의 매출과 거의 같다. 이런 포화상태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뛰어든 셈이다.
하지만 내·외국인이 모두 출입하는 오픈카지노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번 사업자 선정에 참여한 기업들이 이를 염두에 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의 펌프질도 한몫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5월 선상 오픈카지노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뜬금없이 밝힌 것. 물론 ‘공해상에서만’이란 전제를 달았지만 ‘언젠가는 차릴 밥상’이란 언질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기업들이 유 장관의 발언으로 정부의 의도를 엿봤다는 뜻이다. 그래도 정부는 오픈카지노 도입은 없다고 못 박았다. 섣불리 거론했다가 시끄러워질 여론과 일부 지자체의 반발을 의식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오픈카지노 도입은 공공연한 영업비밀이 됐다. 그렇다면 차라리 드러내서 준비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싱가포르는 오픈카지노 도입에 5년여의 철저한 준비를 거쳤다. 긴 공론화과정을 거쳐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꺼내놓고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어느 날 은근슬쩍 시행한다고 해 애꿎은 국민들만 힘들게 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당당하게 발표하고 국민과 함께 충분히 검토하는 게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 거란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