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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흔히 쫄면이라고 하면, 빨간 양념에 각종 채소가 들어간 비빔식 쫄면을 생각하게 마련. 하지만 미식가들 사이에선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국물이 있는 ‘온쫄면’과 ‘냉쫄면’이 별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온쫄면으로 대표적인 곳이 경북 경주의 ‘명동쫄면’과 충북 온천의 ‘풍미당’이다. 두 식당은 오래전부터 따뜻한 육수가 들어간 쫄면을 만드는 식당으로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자성당’의 온쫄면도 이들 옆에 이름을 올렸다. 새콤달콤한 비빔쫄면과 시원한 ‘냉쫄면’도 대표메뉴다. 이름 짓기 좋아하는 식객들은 세곳의 식당을 두고 ‘전국 3대 쫄면’이라는 거창한 타이들을 붙였을 정도다.
이중 오래된 동네 빵집같은 이름의 ‘풍미당’은 옥천읍 중앙로에 자리하고 있다. 옥천에서는 누구나 아는 동네 분식집. 44년간 충청도만의 독특한 물쫄면 맛으로 오랜 세월 옥천 토박이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동과 잔치국수의 사촌뻘 정도 된다. 구수한 멸치향 육수는 잔치국수와, 노랗고 부드러운 면은 우동과 닮았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끔 하면서도,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아이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물쫄면에는 유부, 다진 고기, 파, 김가루, 메추리알 등이 면 위에 올라가 있다. 먼저 면 위에 올려진 양념장을 골고루 풀어준다. 육수에서는 쑥갓의 향긋함과 멸치의 구수함이 느껴진다. 야들야들하게 풀린 계란지단과도 제법 잘 어울린다. 쫄면의 면발은 흔히 생각하는 비빔 쫄면보다 부드럽다. 면은 뜨끈한 육수에 푹 담겨 있어서 그런지 부드럽다. 부들부들한 면은 치아로 쉽게 끊어질 정도다. 쫄면 특유의 쫄깃함은 사라졌지만, 이상하게 맛있다. 그래도 우동면보다는 쫄깃하다. 소면과 쫄면, 그 사이 정도다. 면을 자르지 않고 먹어야 더 맛있다는 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소박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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