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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스름하게 해가 떨어지는, 아니 그렇게 해가 떠오르는 시간일 해변가. 예닐곱 명이 바다쪽을 향해 섰다. 저들의 말소리, 저들의 표정은 읽어낼 수 없지만 이미 다 들리고 다 보일 만하다. 불현듯 택한 여행일 거다. 매서운 바람을 뚫어야 하는 겨울바다는 늘 그렇듯 쉬운 결정이 아니다.
작가는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이력이 되레 돋보이는 경우다. 튀지 않은 붓으로 종이를 갈라내던 옛 선비의 문인화와 자주 오버랩되니 말이다. 단단하고 정갈한 화면의 힘이랄까. 사람의 흔적을 잘 드러내지 않던 작가가 드물게 세운 인물로 다른 분위기를 냈다. 오랜만의 장소, 오랜만의 시간 앞에 머뭇거리는 발길들이 눈을 오래 붙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