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보다 신발·가방…의류업계, 잡화로 불황 뚫는다

저가 패스트 패션 의류만 잘팔려…기존 의류 브랜드 경쟁력 약화
10년새 70% 성장한 신발 시장으로 눈길 돌려
타미힐피거, 신발·잡화 강화로 연매출 2000억원 돌파
디스커버리도 신발 매출 비중 40% 이상 확대
  • 등록 2019-07-04 오전 6:10:00

    수정 2019-07-04 오전 6:10:00

타미힐피거 가로수길 직영점 전경.(사진=한섬)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장기 불황에 당면한 의류업계가 전통적 생산물인 의류 대신 신발과 가방 등 잡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의류는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등 저가의 패스트 패션을 주로 소비하는 반면, 신발과 가방 등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소비 경향이 생기면서다.

패션 잡화 시장이 성장 가능성을 보이자 패션업체들은 앞 다퉈 잡화 브랜드를 늘리고 있다. 올 하반기에만 7개가 출격 대기 중이다. 기존 의류 브랜드들도 잡화 비중을 늘리거나,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3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발 시장 규모는 6조 5000억원에 달한다. 2009년 3조 8000억원 수준에서 10년 새 70% 이상 시장 규모가 커진 셈이다.

이 중에서도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받는 운동화는 2010년 36.2%에서 2017년 53%까지 비중이 커졌다. 전체 신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명품 가방 시장 규모 역시 지난해 3조 6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성장했다. 특히 명품 종주국으로 꼽히는 프랑스(3조 250억원)를 제치고 2년 만에 세계 4위로 올라섰다.

패션 잡화 시장의 성장세를 브랜드 운영 전략에 적극 반영한 회사가 한섬이다. 지난 2017년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한 한섬은 대대적인 브랜드 리빌딩 작업을 단행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타미힐피거’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타미힐피거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도입해 기존 남녀 의류에 국한됐던 제품군을 신발·잡화 등으로 확장했다. 지난해엔 아시아 최초로 ‘타미힐피거 풋웨어(슈즈)’를 선보이며 글로벌 단독매장 1호점을 현대백화점에 열었다.

그 결과 타미힐피거는 지난해 매출 220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2017년 매출 1950억원에서 11% 증가한 수치다. 한섬이 인수한 SK네트웍스 패션부문 브랜드 중 처음으로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섰다.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과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 ‘MLB’ 등을 운영하는 에프앤에프도 올해 들어 신발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월 디스커버리가 출시한 ‘버킷 디워커’는 최근 신발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인으로 꼽히는 ‘어글리 슈즈’다. 무게가 일반 운동화보다 무겁다는 어글리 슈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체 개발 소재로 경량화를 실현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마이 버킷리스트’ 팝업 매장 내부.(사진=에프앤에프)
버킷 디워커는 출시 후 단 10일 만에 초도물량이 완판 됐다. 지난 4월 말까지 판매량만 5만족이 넘었다. 이에 디스커버리 내에서 8%에 불과하던 신발 매출 비중도 전체 40%까지 늘어났다.

휠라 역시 잘 만든 신발 하나로 브랜드 이미지를 180도 바꿨다. 오랜 시간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휠라는 2016년 출시한 ‘코트디럭스’와 2017년 7월 선보인 ‘디스럽터2’를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지난해 연결 매출액 2조 9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디스럽터2는 지난해 미국 신발 전문 매체에서 올해의 신발로도 선정했다.

신규 잡화 브랜드 출시와 기존 잡화 브랜드의 전략 변화도 눈에 띈다.

의류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새롭게 출격하는 패션 브랜드 26개 중 7개가 패션잡화 브랜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바키아뉴욕’,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샘에델만’, 칸그림의 ‘피터프루츠’, 하고L&F의 ‘아보네’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패션잡화 브랜드들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온라인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한섬의 토종 잡화 브랜드 ‘덱케’는 지난 3월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했다. 최근 가방 시장에서 유행하는 소형 가방인 ‘마이크로백’ 스타일의 ‘아코디언백’ 등을 핵심 제품으로 정하고 온라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면서 핵심 고객층도 20~30대에서 10~20대로 바꾸고 가격대도 기존 50만원대에서 20만원대로 대폭 낮췄다.

패션그룹 형지에서 운영하는 ‘까스텔바작’의 핸드백 부문과 슈페리어홀딩스의 잡화 브랜드 ‘블랙마틴싯봉’ 역시 온라인으로 주 무대를 바꿨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패션 시장 중심축이 SPA 브랜드로 이동하고 기존 브랜드들의 경쟁력이 약화하며 패션업계 불황이 장기화하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업체들은 신규 브랜드를 내기보단 기존 브랜드 내에서 시장성 있는 제품을 확대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방식으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품목이 신발과 가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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