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3분이면 끝…"어머님은 짜장밥이 쉽다고 하셨어"

간편식 원조 오뚜기 '3분 요리', 레토르트 식품 국산화 시대 열어
1981년 '3분 카레' 출시…짜장, 미트볼 등 다양한 제품 개발
'3분 요리 시리즈' 누적 판매량 20억개…국민 1인당 약 40개씩 소비
' 37년간 1위' 올해 레토르트 부문 매출 700억 돌파할 듯
  • 등록 2018-10-25 오전 5:30:00

    수정 2018-10-25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끓는 물에 퐁당~, 3분이면 끝! 오뚜기 3분 요리~”

1970년대 말 당대 최고 인기 여배우 고(故) 김자옥의 청아한 목소리와 중독성 있는 가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국민 CM송’(Commercial Song·광고음악) 가운데 하나. 1980년대 오뚜기 ‘3분 요리’ 시리즈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주역 오뚜기 TV 광고다.

식품업계에 ‘레토르트’(retort·고압살균 솥)란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오뚜기는 통조림·병조림 등 일반 인스턴트가 아닌 가정간편식(HMR)의 ‘선조’격인 3분 요리 시리즈를 선보인 뒤, 40년 가까이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오며 국민 식탁과 함께 해 온 장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오뚜기 ‘3분 요리’ 시리즈와 신제품들. (사진=오뚜기)
3분 카레 출시 첫해에만 400만개 팔리며 히트

레토르트 식품이란 완전 조리 식품을 공기나 빛 등을 차단하는 용기를 사용해 무균성을 유지, 장기간 유통 및 보관할 수 있게 만든 간편식이다.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상온보존이 가능해 원재료의 맛과 영양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인스턴트 식품보다 훨씬 까다로운 제조 공정을 거쳐야 해 선진국에서도 오랜 연구개발을 이어왔다.

1940년대 연구를 시작한 미국의 경우 육군 연구소 나티크(Natick)가 1959년 군 식량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레토르트 식품을 지속적으로 연구한 끝에, 아폴로8호(1968년) 및 아폴로11호(1969년)에 우주식으로 실을 수 있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 출시는 이보다 훨씬 늦은 1979년 컨티넨탈 키친(Continental Kitchen)사가 내놓은 중국식 요리였다.

‘식품 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는 동양제관이 1964년 레토르트 파우치 개발에 성공했고, 1969년 오오츠카식품공업이 ‘본카레’란 브랜드로 최초의 레토르트 식품을 출시했다. 이후 1970년대 초반 여러 업체들이 잇달아 다양한 카테고리의 신제품을 발매하는 등 발전을 거듭, 일본은 현재 세계 제일의 레토르트 식품 생산·소비 국가가 됐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우리나라는 1977년 농어촌개발공사 식품연구소가 레토르트 파우치에 대한 연구를 시작, 이를 바탕으로 국방과학연구소가 군 전투식량 제품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은 없었다.

‘한국인에게 일본 카레를 먹일 수 없다’는 신념으로 1969년 오뚜기 전신 풍림상사를 창업한 고 함태호(1930~2016년) 명예회장은 부단한 연구개발 끝에 1981년 ‘3분 카레’를 선보인다.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최초의 레토르트 제품이었다.

‘3분 카레’로 대표되는 오뚜기 레토르트 식품은 출시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판매 첫해에만 400만개 이상 팔렸다.

레토르트 식품의 호황에 힘입어 매출도 급성장했다. 1979년 1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1981년 216억원을 돌파했다. 회사 출범 이래 10년이 걸려 100억원을 달성한 지 불과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이었다. 1981년 말 공장을 신축하고 생산 인원을 늘리는 한편 신제품 개발에 착수한 오뚜기는 이듬해인 1982년 2월 한 달 동안 ‘3분 짜장’ ‘3분 쇠고기짜장’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간편식 ‘춘추전국시대’…고급화·유통 채널 확대로 승부

‘끓는 물에 3분’이란 표어를 내걸고 짜장류·육류·소스류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 한 오뚜기는 국내 레토르트 식품 시장을 견인했다.

관련 데이터 파악이 가능한 지난 1998년부터 2017년 말까지 3분 요리 제품 누적 판매량은 11억3000만개 가량. 오뚜기 측은 최근 20년 기준으로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을 추정해 보면 20억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국내 인구 수(약 5164만명)를 감안하면 1인당 약 40개를 소비한 셈이다.

간편식 원조인 제품은 3분 카레에 그치지 않는다. 카레·짜장·미트볼·햄버그 등 다양한 3분 요리를 비롯해 지난 2004년 선보인 덮밥류·리조또류 등을 총망라한다. 3분 시리즈를 비롯한 레토르트 부문 매출은 2015년 630억원, 2016년 650억원, 지난해 680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7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뿐 아니라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까지 뛰어든 ‘간편식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면서 오뚜기 역시 꾸준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04년 기존 카레에 건강 지향적 원료를 조화시킨 프리미엄급 제품 ‘3분 백세카레’를 출시했고, 끓는 물에 데우거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할 필요 없이 밥 위에 그대로 부어 먹을 수 있는 ‘그대로 시리즈’를 선보였다. 건강과 편의성을 높인 대표 제품의 진화인 셈이다. 올해에는 ‘한 끼 식사를 통한 삶의 즐거움’이라는 콘셉트로 프리미엄 레토르트 제품 ‘엔조이 유어 밀’(Enjoy your Meal) 3종을 내놨다.

오뚜기는 주 5일 근무제 확산과 맞벌이 세대 증가로 간편식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전통 식품·중화 요리 및 서양 요리의 상품화를 비롯해 최근 유행하는 식품의 상품화도 점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매장에서 시민이 오뚜기 제품 별도 매대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오뚜기)
아울러 국내외 다양한 유통 채널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3분 요리 해외 수출 실적은 연간 20억원 규모로, 주요 수출국인 미국·중국·호주를 비롯해 해외 판로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가족 단위 외식 횟수가 증가하고 직장·학교 등에서의 단체 급식도 업소용 제품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완전 조리 혹은 반가공 형태의 제품을 개발한다면 새로운 수요층을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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