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물 만난 고기’는 부동산건설 분야다. 특히 아파트와 빌딩, 주택 등을 짓고 올리는 부동산개발은 1999년을 기점으로 인프라건설을 앞질렀다. 2010년 건설업계 총자산은 1985년에 비해 140배 가까이 커졌다. 덕분에 건자재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시멘트·판유리·건축자기 등 중요 품목이 세계 1위를 찍은 데다 시멘트는 세계 생산량의 절반, 도료·바닥재·인테리어자재 등은 60%를 넘겼다. 하지만 수십년이 지나도 떼버리지 못하는 꼬리표가 있으니 ‘불량’이다. 일본·유럽·미국 등서 생산한 제품과는 비교도 안 되는 하품이란 것. 세계적으로 친환경 붐이 일어나면서 상황은 더 불리해졌다. 도무지 중국과 친환경은 어울리지 않는다.
중국서 일하며 살고있는 한국인 4명, 현지인 2명이 지난 1년간 발 빠르게 움직였다. 40여개 업종 틈새를 누비며 중국기업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책은 그렇게 해부한 칼과 붓으로 그린 두툼한 지도다. G2니, 10% 경제성장률이니 하는 거대한 지표 아래 감춰진 중국경제의 속내용을 끄집어내는 데 주력한 결과물이다.
▲자동차 시장잠재력 최고, 기술·인프라는 “글쎄”
편하게 말해 중국이 세계 1위가 아닌 게 뭐가 있겠나. 그중 최고라면 단연 13억명이 넘는 인구라 할 거다. 후광을 인구로 두른 중국은 표현 그대로 ‘성장가능성 무한대’를 품고 있다. 한 가지만 보자. 중국은 세계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나라다. 2012년 1927만대를 생산해 미국의 1033만대, 일본의 994만대를 눌러버렸다. 어느새 ‘중국 1위’가 자동차산업에까지 영역확장을 한 셈이다. 벌써 4년째다. 세계자동차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8%에 이른다.
▲1,349,585,838명 손에는 어떤 휴대폰이?
저자들은 중국에도 강타한 ‘스마트폰’ 바람에 특히 주목했다. 시장점유율은 자동차와 유사한 상태. 2012년에 19.3%였으니 67%를 넘긴 한국에는 한참 뒤진다. 하지만 중국엔 ‘인구’가 있지 않은가. 19.3%의 규모 역시 상상 이상이란 거다. 한 해 판매량 3억 200만대로 온전히 환산된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쥐고 있는 휴대폰은 삼성 제품. 이어 노키아, 애플에 이어 토종브랜드인 ZTE와 LG 순이다. 그러나 ZTE·화웨이 등 자국 제품의 판매량이 65.7%에 달하는 점은 세계 휴대폰업계를 충분히 긴장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인에게 못 팔면 글로벌 포기해야”
2012년 11월 11일, 알리바바의 자회사 티엔마오가 세상을 움직였다. 중국선 ‘솔로데이’라고 불리는 이날 펼친 무한세일판촉행사로 하루 판매액 132억위안(약 2조 3300억원)이란 신기록을 경신한 거다. 같은 해 국경절 연휴기간 중국 주요 도시 530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기록한 판매액이 137억위안이라면 그 규모가 가늠될 터.
저자들이 세운 중국경제 변화의 기조에는 생산공장이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한 과정과 실체가 들어 있다. 언제까지 ‘짝퉁’으로 깎아내리고만 있을 거냐는 논지다. 그 프리즘에 책이 무기로 얹은 건 세세하게 다듬어진 도표와 그래픽. IMF·세계은행·유로모니터의 통계자료, 다 좋다. 하지만 현지에서 발품 팔아 그린 세부지도에 당할 순 없다는 걸 에둘렀다. 중국의 저력이 거시경제지표에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