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구멍’ 같은 청약기회를 뚫고 판교에 입성하기는 쉽지 않은 일. 무주택 청약자들의 관심은 이미 판교 너머로 확대되고 있다. 판교 청약이 시작되고 서울 강남 재건축 규제대책을 담은 3·30대책이 나오면서 재테크 시장 판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무주택자들은 판교에 떨어지더라도 줄줄이 대기 중인 수도권 각지의 택지지구를 청약하겠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금능력이 있는 유주택자들은 서울 강남뿐만 아니라 강북 요지의 분양권이나 뉴타운 지역 재개발 투자 쪽으로 투자 방향을 다변화하는 분위기이다.
◆무주택자는 환경 좋은 택지지구 선호
이달 18일로 판교 중소형 아파트 청약이 끝나면 그동안 미뤄져온 수도권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민간에서는 서울과 경기 용인 등에서 적잖은 민간 아파트 물량이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낮은 분양가의 매력을 알게 된 무주택자의 관심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택지지구 물량으로 쏠릴 것 같다. 시세 차익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주공이 사업시행을 맡고 있는 성남 도촌지구는 서울 강남이 가까운 입지가 돋보이는 곳. 이달 판교 중소형 청약이 끝난 직후부터 시작해 내년까지 2000가구 가까운 분양 물량이 잡혀 있다. 주공 분양 중소형 아파트는 분양가가 평당 900만~1000만원으로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공이 개발 중인 용인 흥덕지구도 올 하반기 5800여 가구의 분양 물량이 나온다. 역시 분양가가 평당 800만원 전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말에는 판교보다 더 녹지환경이 좋다는 수원 광교신도시도 분양에 들어간다. 정부가 서울 강남 수요 대체지로 개발하는 송파신도시는 2009년 하반기에 분양 일정이 잡혀 있다.
택지지구들은 대부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낮은 것이 장점이다. 반면, 계획적인 개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주거 환경은 민간아파트에 비해 월등히 좋다.
전문가들은 무주택 자격 요건을 갖춘 수도권 거주자일수록 택지지구 중심의 청약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올 하반기에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청약제도를 개편하게 되면 당첨 가능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무주택 기간이 길고 자녀 수가 많은 무주택 가구는 청약통장을 아껴 주거 환경이 좋은 수도권 택지지구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자금 능력이 있는 투자자에겐 저평가돼 있는 강북 요지의 분양권, 뉴타운 재개발 지분 등이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분간 서울 강남 재건축이 풀릴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 영역을 서울 강북 요지와 강남 외곽 등으로 넓혀 잡고 있는 것이다.
박상언 유엔알 대표는 “그동안 저평가돼온 서울 강북지역 요지의 분양권과 재개발 지분 등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