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미스’ 인텔 주가 26%↓…50년 만에 최대 낙폭

주가 2013년 이후 최저…시총 1000억달러 하회
반도체 왕좌 되찾겠다는 겔싱어 선언 빛 바래
  • 등록 2024-08-03 오전 7:20:52

    수정 2024-08-03 오전 7:20:52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주가가 2일(현지시간) 50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내놓은데다 현금 흐름이 악화되면서 배당까지 중단한 여파가 미쳤다. 여기에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기술주에 대한 투매가 벌어진 것도 악재였다.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인텔 주가는 전날보다 26.06% 폭락한 21.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폭은 인텔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지 3년 만인 1974년 31% 폭락 이후 최대폭이다. 주가도 2013년 4월 15일(21.38달러) 이후 11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급락에 따라 시가총액도 918억달러(약 125조원)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 시총(3875억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인텔의 주가 급락은 2024년 2분기(4~6월)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내놓은데다 현금 흐름이 악화되면서 배당까지 중단하는 소식이 전해진 데 따른 것이다.

인텔은 장마감 이후 실적 보고에서 2분기 매출 128억3000만달러, 조정 주당순이익 2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예상치 129억4000만달러, 10센트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매출은 1년전보다 1% 줄었고, 순익은 16억1000만달러 적자 전환했다.

인텔의 핵심 사업인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CPU 등) 매출은 1년 전보다 9% 늘어난 74억1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용 칩 제조를 포함하는 데이터 센터 및 AI부문 매출은 30억50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3% 줄었다. 시장 전망치 31억4000만 달러도 밑돌았다. 인텔 역시 AI칩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지만, 높아진 눈높이에 충족하지 못하자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한 것이다.

향후 전망도 녹록지 않았다. 인텔은 3분기 매출이 월가 예상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3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125억~135억달러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평균 143억8000만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실적 악화에 인텔은 12만5000명이 넘는 인력의 15%를 감축하기로 발표했다. 실적 악화에 따라 올해 4분기에는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인텔은 현금 흐름이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될 때까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펫 겔싱어 인텔 CEO (사진=AFP)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비용 구조를 새로운 운영 모델과 일치시키고,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수익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았고, 아직 AI와 같은 강력한 트렌드로부터 완전히 이익을 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겔싱어는 지난 2021년 2월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왕좌를 되찾겠다면서 다시 인텔 CEO로 돌아왔다. 그는 한 때 접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되살리며 종합반도체(IDM) 위상을 되찾겠다며 야심차게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과도한 투자 대비 성과는 빠르게 나타나지 않으면서 그의 베팅은 약발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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